8화. 휴대폰보다 재미있는 냄새

휴대폰이 밀린 순간

by 에디터 K

청소까지 끝난 밤, 아이와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바베큐 숯에 아직 불이 남아 있었다. 텐트 앞은 조용했고 공기는 차가웠다. 아이는 잠깐 불 앞에 멈춰 섰다. 손을 내밀어 열기를 확인하고, 고개를 조금 숙였다. 남아 있는 불이 ‘끝나지 않은 하루’처럼 보였다.


아이가 낙엽을 하나 집어 올렸다. 불 위에 올려두자 낙엽이 금세 말라가며 타기 시작했다. 그때 냄새가 났다. 나무가 타는 냄새와 낙엽이 가진 흙 냄새가 섞인, 설명하기 어려운 냄새였다. 아이가 갑자기 웃었다. “냄새가 너무 좋아.” 아이는 낙엽을 더 주워왔다. 장난이었고, 불장난이기도 했다. 나는 한 번 더 거리를 확인했다. 위험하지 않게, 손이 닿지 않게,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선 안에서만.


아이의 즐거움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불이 조금씩 줄어드는 동안 아이는 낙엽을 가져와 올리고, 냄새를 맡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이 낯설었다. 화면 앞에서의 웃음과는 다른 표정이었다. 더 작고 더 진짜 같았다.

그때 아이가 말했다. “이건 휴대폰보다 훨씬 재밌어. 옆에 휴대폰 있어도 던질 것 같아.” 나는 그 문장을 듣고 잠깐 멈췄다. ‘휴대폰을 이긴다’는 말을, 아이 입에서 들을 줄 몰랐다. 금지나 훈계가 아니라, 냄새 하나가 화면을 잠깐 밀어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놀라움 다음에는 질문이 왔다. 이런 순간을 우리는 무엇으로 더 만들 수 있을까. “보지 마”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게 더 재밌어”를 준비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기준을 다시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휴대폰을 줄이는 기준이 아니라, 휴대폰을 잊게 하는 장면을 확보하는 기준이다.


휴대폰을 이긴 건 의지가 아니라, 낙엽이 타며 남긴 냄새였다. 나는 아이에게서 “던질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은 그 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기준은 금지에서 시작되지 않고, 더 재미있는 장면을 마련하는 쪽에서 자라난다. 다음 주말에는 화면을 끄기 전에, 먼저 한 장면을 켜고 싶다.


한 줄 노트

금지보다 강한 건, 아이가 몸으로 빠져드는 장면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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