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연차의 아침, 아이의 등교

계획보다 먼저 지켜진 것은 아이의 생활이었다

by 에디터 K

원래는 1박 2일 글램핑을 위해 한 해의 마지막 연차를 썼다.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정리하고, 하루를 편안하게 아이와 쉬고 싶었다. ‘편안함’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계획 속에 넣어두고, 그 말을 지키는 것이 이번 연차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말했다. 며칠 남지 않은 학교에 빠지고 싶지 않다고. 그 말이 너무 놀라워서 나는 체험학습 신청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단호한 편이 아닌데, 그날만큼은 기준이 분명했다. 엄마의 계획보다 아이의 생활이 먼저라는 사실을, 아이가 오히려 또렷하게 보여준 순간이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분주히 준비했다. 글램핑장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계획과 달랐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웠다. 나는 아이의 물통을 챙겼고, 아이는 책가방을 챙겼다. 결국 아이는 등교를 했다. ‘쉬고 싶다’는 내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자기 생활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내 마음을 조금 고쳐 들 수 있었다.


아이에게 나는 연차를 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는 내가 쉰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이의 평소 기억 속에서 나는 보통 1시에 집을 나서고, 10시에 집에 도착하는 엄마이다. 그래서 하교 후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집에 있는 장면은 아이에게 ‘예상 밖의 선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그걸 알아차린 순간 얼굴이 확 달라졌다. 먼저 웃었다. 그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그 웃음이 ‘연차의 결과’로만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좋아한 것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평소엔 비어 있는 시간대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질문을 남긴다. 쉬는 날을 ‘쉬는 시간’으로만 설계하려 했던 나는, 아이가 원하는 편안함을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아이는 시간을 쉬고 싶어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마주치는 얼굴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연차의 목적이 느긋함이 아니라 ‘함께 있음’이라면, 나는 앞으로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 할까.


한 줄 노트

연차는 쉬는 날이 아니라, 아이가 기다리던 얼굴을 남기는 날이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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