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세탁기 돌아가는 동안

돌아왔다는 감각은 물이 차는 소리에서 시작된다

by 에디터 K

집에 도착하자마자 세탁기를 먼저 돌린다. 글램핑에서 입었던 옷들이 한꺼번에 들어가고, 문이 닫힌다. 물이 차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그제야 ‘돌아왔다’는 감각이 온다. 여행의 끝은 달력보다 먼저, 이런 소리에서 정해진다.


짐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아침 등교를 위해 집에 들른 귀가라서, 정리는 ‘생활’이 아니라 ‘시간표’에 맞춰 움직인다. 가방을 제자리에 밀어 넣고, 젖은 수건을 걸고, 남은 간식은 부엌 쪽으로 옮긴다. 손은 바쁘게 움직이는데 마음은 자꾸 뒤에 남는다. 어제의 공기와 오늘의 시간표 사이에서, 몸만 먼저 앞으로 간다.


정리하자마자 휴대폰을 연다. 사진이 먼저 나온다. 불빛, 바람, 물가의 그림자, 아이가 멈춰 섰던 자리. 화면을 넘기다가 한 장에서 잠깐 멈춘다. 여행이 끝났다는 확인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더 먼저 온다. 사진은 기록이 아니라 잔상처럼 남아, 다시 한 번 속도를 늦춘다.


세탁기는 계속 돌아간다. 일정은 앞으로 가는데, 소리만은 뒤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물소리가 아니라 세탁기 소리인데도, 이상하게 비슷한 결이 섞여 들린다. 밖에서 가져온 것은 옷이 아니라, 어제의 속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잠깐 멈춘다. 끝난 걸 빨리 정리하는 대신, 남아 있는 감각이 따라올 시간을 조금 준다.


한 줄 노트

일상은 먼저 도착하고, 마음은 조금 늦게 따라온다.


글램핑에서 주운 건 물건이 아니라, 아이의 시간이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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