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역시 오랜만에 적게 되었습니다.
작년 한옥 리모델링이 한창일때는 몸이 고단해서 기록하기 어려웠는데 막상 리모델링이 끝나고 나니 시간은 생겼지만 쓸거리가 없어져버리네요 ㅎㅎ 오랫동안 꾸준하게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분들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마케팅이나 비즈니스 전략에 문외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한 한옥주인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쓴 것이니 다소 부정확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도 노여워하지 말아주세요.)
티타임즈 유튜브채널에서 티켓몬스터 장윤석 대표의 인터뷰를 보다가 이커머스(E-commerce)의 분석과 전망을 숙박업에 그대로 적용시켜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저는 숙소라는 상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숙박 예약권을 파는 셀러 입장이고 인터뷰하는 티몬 대표님은 플랫폼의 입장이기 때문에 바라보는 관점이 다소 어긋날 수 있습니다. 아니 완전히 다르죠. 그렇다고 선을 그어 완전히 분리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이커머스 플랫폼도 자체상품(PB)를 만들어 진열대에 올리기도 하고, 무신사처럼 셀러들의 모임에서 거대 플랫폼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숙소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제가 요즘 하는 고민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조금 더 정리한 뒤에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써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단순히 티몬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이커머스의 변화와 발전양상을 숙박 커머스에 대입시켜봤습니다.
원본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aAmNB3dWAnE&t=50s 에서서 볼 수 있습니다.
숙박 커머스 1.0은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이라서 상당히 단순했습니다. 도심의 모텔이나 시골이나 바닷가 민박집을 가기 위해서는 길을 가다 간판을 보고 들어가서 '방 있어요?'하고 직접 물어보거나 준비성이 좋은 사람들은 여행계획을 짤 때 먼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전화로 예약을 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은 단순하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고객은 내가 과연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혹시 더 좋은 숙소가 있었는데 모르고 지나친것은 아닐까? 숙박 셀러들은 고객의 만족도를 확인하기 어렵고 만족도를 올리거나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힘들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그런 단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숙소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후기를 확인하고 평가를 매길 수 있는 웹사이트가 나오긴 했지만 직원들이 일일이 수동으로 업데이트를 해야했기 때문에 수익률이 적었고 시간이 갈수록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어졌습니다.
이커머스 1.0 : 공급자로부터 발생하는 일방향적인 관계
숙박 비즈니스 1.0 : 숙박 셀러들의 전략은 직접적이고 단순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관광지 근처나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할 것
건물의 색이나 모양, 또는 간판을 눈에 띄게 만들기
웹사이트를 직접 제작하거나 지역광고(전단지, 옥외광고, 생활정보지)를 통해 홍보
여러가지 이벤트를 열어 공실률을 최대한 줄이기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서 운영비용을 최소화
2010년대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숙박 커머스에서도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국내 플랫폼으로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와 네이버예약, 해외 플랫폼으로는 부킹닷컴, 아고다, 에어비앤비, 트립어드바이저가 있습니다. 이런 플랫폼들은 숙소를 찾는 고객들에게 저렴한 가격과 쉽고 빠른 예약을 하게 해줌으로써 효율적인 가치를 제공해주는데 있습니다. 숙박 커머스 1.0시대에서는 숙소를 운영하는 셀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면 2.0 시대에서는 숙소를 찾고 예약하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로 여러 숙소들을 검색해서 비교할 수 있고 예약과 결제까지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들은 셀러들보다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전체 파이를 키우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알아냈고 커머스 3자구도에서 고객과 플랫폼은 가장 수혜를 보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셀러들는 가장 뒤로 밀려서 고객과 플랫폼의 눈치를 보는 다소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커머스 2.0 :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으로 효율성 극대화
숙박 커머스 2.0 : 숙박 셀러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플랫폼에서 리스트 상위에 노출될 수 있게하기 (광고비 지출, 또는 숙박요금 할인)
숙소 내부의 사진이 잘 나올 수 있게 고급적인 인테리어에 투자
숙박 이외의 즐길거리에 투자 - 미디어콘텐츠, 게임, 목욕, 차별화된 테마
비대면 방식 지향 - 무인텔, 자동화, 독채예약
플랫폼 이용후기 댓글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
숙박 커머스 1.0에서는 단순히 외연을 확장하는데 그쳤다면 숙박 커머스 2.0에서는 숙박의 본질과 고객의 경험의 향상에 집중하여 이전에 비해 확실히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티몬 장윤석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커머스 2.0에서 아쉬운점으로 '브랜드가치의 실종'을 꼽았습니다. 현재 쿠팡과 네이버쇼핑은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이라는 혜택을 제공했고 그 결과 플랫폼을 강화시킬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같이 성장하고 있을 줄 알았던 셀러들을 (티몬이) 자세히 들여다보니 속이 곪아가고 있더라입니다. 셀러들은 플랫폼 자체상품(PB)과도 경쟁해야 하고 판매 실적이 저조하면 플랫폼으로부터 광고상품 가입을 강요받기도 하고, 플랫폼의 일방적인 수수료 정책에 울기도 하면서 다른 셀러들과 가격경쟁을 해야하니 거의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더라. 티몬도 비교적 잘나갔던 이커머스 1.0에서는 셀러들의 고충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라이벌과의 2.0의 경쟁에서 밀려버리니 그제서야 셀러들을 챙기는 듯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방식은 제가 좋아하는 방식입니다. 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계속 같은 전략을 구사해서는 게임을 뒤집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현재 1등을 밀어내기 어렵다면 새 카테고리를 만들어버리면 자연스럽게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카테고리를 살아남게 해야한다는 것..)
그러나 그렇다고 이커머스 3.0이 현재 잘나가는 2.0을 완전히 밀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서로 영역이 다르달까요? 저는 평소에 주로 쿠팡을 이용하는데 아무거나 써도 상관없는 것들은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을 보고 사거든요. 브랜드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제품은 일상생활에서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위 인터뷰에서 장윤석 대표는 백화점에서 나와 자사몰을 만들어 더 성장했던 브랜드로 '나이키' 사례를 들었지만 그건 '나이키'정도의 인지도를 가졌으니 가능하지 대부분의 브랜드는 따라하기 힘든 전략입니다. 이커머스 1.0은 기술적이지도 않은데다시장이 워낙 작았기때문에 2.0에게 완전히 밀려났지만 2.0은 그렇게 쉽게 밀려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티몬이 이커머스 2.0판에서 패배가 확실한 지금 3.0의 새 판을 짜는 전략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죽림주간은 에어비앤비 플랫폼에 소속되어 있는 상품이고 저는 셀러입니다. 이커머스 2.0에서는 셀러들이 다소 처량한 위치라고 말씀드렸죠? 가격경쟁과 빠른배송 이 두가지가 열렬히 추구되면서 고객들과 플랫폼은 최대 수혜를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셀러들은 힘들어졌다고요. 저는 이제 막 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새내기 셀러라서 아직 그렇게까지 처량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이커머스 2.0에 머무르기 싫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집'이라는 큰 아이템을 다루는 숙박 셀러이기 때문에 한 개의 숙소를 홍보하고 운영하는 일 외에는 역할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할 게 없다!
이커머스 3.0 : 브랜드 가치와 팬,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구조 만들기
숙박 커머스 3.0 : 숙소 자체적으로도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팬을 확보하려는 노력
티몬이 이커머스 3.0이라고 부르는 색다른 판은 브랜드 가치와 팬과 커뮤니티에 대한 내용입니다. 기존 2.0의 플랫폼 파워나 효율성을 달성하자는 거대한 목표는 없어졌고, 대신 셀러와 고객 이 둘을 앞에 내세우고 자기는 뒤로 확 빠졌습니다. 주연에서 조연으로 겸손해진만큼 주연들의 연결과 상생에 힘쓰겠다는 것이죠. 플랫폼의 힘이 너무 세지면 셀러들이 희생하는 일이 많아지고 그러다 경쟁력을 잃고 휘청거린다면 결국 이커머스 생태계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플랫폼이 셀러들을 빡세게 경쟁시키며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했던 방식에서 물러나고, 판매자의 편에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방식으로 바뀐다면 셀러들도 그동안 가격경쟁 부담을 떨쳐내고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만들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플랫폼은 셀러들이 브랜드 가치를 만들 수 있게 '도움'을 줄 뿐이지 브랜드의 '진짜' 가치는 스스로 찾아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커머스 3.0의 플랫폼의 전략과 숙박 커머스 3.0의 셀러들의 전략은 서로 겹치게 될 것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숙소를 판매하는 셀러로서 이커머스 2.0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어떤 시도를 할 수 있는지, 셀러는 과연 플랫폼의 역할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다음편에서 한번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