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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Mar 03. 2023

소도시에 사는 좋은점

콤팩트, 워커블시티 

최근 당근마켓에서 자전거를 한 대 구입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자전거 쇼핑몰에서 다양한 모델들을 구경해봤지만 좀처럼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자전거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절차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전거가 온전한 형태로 도착하지 않고 화물배송의 특성때문인지 분해된채로 배송되면 근처 자전거 가게로 가서 전문가에게 조립을 맡겨야 합니다. 저는 그게 별로 내키지 않아서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우연히 보게된 중고물건으로 고민이 한방에 해결되었죠. 가격도 훨씬 저렴한데다가 모델의 디자인이나 크기도 제가 딱 원했던 느낌이라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됐습니다.



인간 소화기관 '위'처럼 생긴 예천읍. 끝에서 끝까지 자전거로 10분밖에 안걸린다

자전거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보니 그제서야 작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장점이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있는 예천은 여느 다른 도시보다 작은 편입니다. 지도로 빠른길찾기를 해보니 읍내라고 할수있는 남쪽 끝 버스터미널에서 북쪽 끝에 있는 고등학교까지 자전거로 10분이 걸린다고 나오네요. 이렇게 작은 도시이기때문에 저는 처음 이 곳으로 이사를 오게됐을 때 자연스럽게 콤팩트시티를 떠올렸습니다. 이렇게 작은 도시라면 아무도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콤팩트시티라고 할 수 있지않을까.




아니, 여기가 바로 콤팩트시티잖아?


지금까지 추구했던 성장형 도시개발방식과는 반대로 사이즈를 작은 규모를 제한하는 새로운 도시개발방식입니다. 그동안 고도성장을 해왔던 한국에서는 낯선 방식이지만 이미 선진국이 된지 오래되고 고령화사회로 일찍 진입한 유럽과 일본같은 곳에서는 이미 여러군데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한자로 압축도시라고 번역할 수 있고 도시의 크기가 작기때문에 스마트 기술과 결합하기에 적합해서 스마트시티와 커플로 묶여서 소개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미 존재하는 도시를 콤팩트시티라는 새로운 네이밍을 붙이기보다는 앞으로 만들 도시, 새로 개발할 곳을 콤팩트시티로 만들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기 신도시에 들어설 ‘콤팩트 시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서울의 미래! 콤팩트시티&스마트시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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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은 개발과 거리가 멀어서 한편으로는 낙후된 곳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요즘 새롭게 뜨는 콤팩트시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주거/상업시설이 도시 중심부에 고밀도로 압축되었는지 이 부분은 자신없지만 일단 도시전체의 크기가 작아서 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다니며 생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끝에서 끝까지 자전거로 10분밖에 걸리지않으니 왠만한 곳은 15분정도 걸으면 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 큰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건축과 도시에 관련된 여러 책들을 봤을 때 이상적인 생활터전으로 생각했던 도시의 모습이 바로 그런 워커블시티(Walkable City)입니다. 한국 도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차 중심의 환경입니다. 가까운 곳을 가려고해도 도시의 보행경험이 좋지않기 때문에 주로 차를 몰고가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차 이동을 가장 우선시하는 도시환경과 사람들의 생활습관은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점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정리해보겠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제가 살아가는 공간이 어떤 곳이냐 하는 것입니다. 예천에서 살게될 때 이렇게 작은 곳이라면 왠만한 곳은 걸어서 다닐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위에 자전거 이야기를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도시가 작아도 걸어서 15분이상 걸리는 거리라면 가는것을 주저하게 되더군요. 그동안 차에 길들여져서 나약해진걸까요? 10분이상 걸어야한다면 차를 타고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5분이 걸리는 거리도 그날따라 조금 귀찮다고 느껴지면 주저없이 차를 선택하는 절 보면서, 이러면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사는것도 기존 대도시에서의 삶과 다를게 없지않나하는 자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문에 자전거를 사게된 것은 아닙니다. 자전거로 차에 의지하는 습관을 바꾸겠다는 결연함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자전거를 구입해서 타게되면서 그동안 잊고있었던 콤팩트시티와 워커블시티가 떠올랐습니다. 비록 자전거는 바퀴가 있어서 외형적으로는 차랑 비슷하지만, 공간을 차지하지않고 느림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걷기에 가깝습니다. 이제는 15분이 걸리는 곳이나 그 이상 걸리는 거리라도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이제서야 이처럼 작은 소도시에서 살아가는 장점을 제대로 누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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