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완 Jul 18. 2023

호모 메이커스, 그리고 SNS

Homo Makers


(무언가를) 만드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제가 붙여본 이름입니다. 인류는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말을 들은바있는데 일부 영장류 동물들은 나뭇가지같은 도구를 사용할줄 알기때문에 이 말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고, 생산하기를 반복합니다. 그것이 '부 wealth'를 만들기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여러가지 이유에서도 그렇습니다.


삶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낀건 제 경험을 통해서입니다. 왜냐면 반대로 무언가를 만들지 않았을때는 어딘가 허전하고 심심하고 텅빈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제가 디자이너라서, 어렸을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과거에 디자인을 전공했기때문에 다른사람들에 비해서 제가 그런 성향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의외로 '만들기'가 주는 만족감은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들기'는 결과물도 중요하겠지만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얻는 기쁨과 충만함도 큽니다. 여러분은 요즘 무엇을 만들고 있나요? 아무것도 만들고있지 않다면 어떤것을 만들고 싶나요?




문서작성 업무


대부분 직장인들이 매일 하고있는 '문서를 작성하는 일'은 안타깝지만 제가 말씀드린 '만들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왜 이런 일들은 하고나서 내가 성장했다는 느낌, 문서를 다 작성하고나서 마음이 차오르는 뿌듯함이 없을까요? 문서작업이 사사로워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물질성이 없는 일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주로하는 문서작성 일은 거의 대부분 컴퓨터 내부의 디지털형태로 이뤄지게되고 문서의 두께감과 질감, 무게감 등이 신체적으로 전달되지 않기때문이 아닐까요. 문서를 프린터로 출력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문서관련 일은 상대방의 확인을 목적으로 하기때문에 요즘은 출력하는 일이 거의없이 생략되는편이며, 또 그렇게 하는것이 효율적인 업무방식이기도 합니다. 



SNS 활동


저는 SNS를 아주 가끔하는 편입니다. 소셜미디어는 개인의 정신건강에 좋지않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보거나 플레이스테이션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 야간라이딩을 하는것이 몸과 정신건강에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자 결론이라서 다른 사람과 다른 상황에 똑같이 적용할순 없습니다. 이리저리 겪어보고 관찰해보니 적어도 저의 경우엔 그렇다고 결론을 내린것뿐입니다. 


그런데 저에겐 다소 적폐로 찍힌 이 SNS를 '호모 메이커스'의 관점에서 한번 바라봤습니다. 사람들은 건강에 안좋은 그것을 왜 계속할까? 혹시 게시물을 '만드는' 일도 어느정도 만족감을 주는것이 아닐까?


위에서 문서작업은 만져질수 없는 대상이기때문에 만족감을 주는 '만들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지만, SNS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는 행위는 예외로 해야할것 같습니다. SNS 게시물이 문서작업과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내 모습, 내 스타일'이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비록 비물질적이긴해도 사람들의 피드백이 빠르고 내 모습이 담겨있고, 나만의 개성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만들기'가 주는 기쁨을 느끼게합니다. 


일반적으로 SNS는 사람들의 '좋아요'를 바라기때문에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본다면,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가기전 목공실에 잠깐 들러 내가 직접 디자인한 나무의자를 굳이 만들지않더라도 이와 조금 비슷한 감정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SNS를 계속하는것이 아닐까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않으면서 굉장히 쉽고 비용도 무료라는 점이 더해지니 안할 이유가 없는거죠.   



그렇다면 무엇을 만들까


여러분들은 '만들기'가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준다는 말에 동의하세요? 만약 요즘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좀처럼 힘이나지 않고 의욕이 없다면 혹시 내 삶에서 '만들기'가 빠진것은 아닌지 살펴보세요. '만들기'는 꼭 생산적일 필요도, 돈과 연결될 필요도, SNS에 올릴만한 멋질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물질적일수록 좋고, 간단하고 생활과 관련있는 것일수록 실천하기에 유리합니다. 나는 손재주가 좋은것도 아니고 딱히 창조적인 성향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만들기'의 기쁨은 특정 소수에게 주어진 특권은 아닙니다. 생활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만들기'에 도전할수있는 것들을 적어볼께요.



1. 요리


요리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만들기'입니다. 유튜브나 책을 보고 요리하는 방법을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음식을 멋지게 만들어서 SNS에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양파를 썰어서 기름에 볶은다음에 짜파게티에 투하하는것부터 한번 해보세요. 그럼 짜파게티만 먹었을때보다 다른맛을 확실히 느끼게되면서 이 '양파다듬기'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렇게 음식 재료들을 하나씩 도전해보면서 이렇게 썰고 저렇게 썰어보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만들기'입니다. 


저는 호기롭게 된장파스타를 만들겠다면서 파스타면을 삶지도 않고 바로 된장양념에 넣었던적도 있고, 치즈를 만들어보겠다면서 우유를 끓일때 표면에 생기는 막을 모아서 얼렸던적도 있습니다. 그렇게하면 치즈가 될줄알았거든요. 레시피 그대로 똑같이 따라할 생각을 접고 그냥 이것저것 해보세요. 음식 재료들을 만지다보면 조금씩 손에 익고 그러면 점점 재미가 붙게될겁니다. 요리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끼 식사가 해결된다는 점입니다. SNS에 업로드한 게시물에 좋아요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그게 밥먹여주진 않는데 요리는 손으로 만지는 기쁨과 함께 나를 먹여살려주니 이정도면 평생취미로 삼는것이 무조건 남는 장사입니다. 



2. 글쓰기


제 글쓰기 실력이 미천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브런치를 쓰는 이유는 '만들기'의 만족감때문입니다. 문서작업 업무와 마찬가지로 글쓰기 역시 촉감과 무게감, 두께감은 느낄 수 없지만 글을 쓰는 그 과정은 의외로 육체적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쓰는 일을 광산 깊은곳에서 광물을 캐내는 일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을 해내기위해서 오랜시간동안 러닝을 하며 신체를 단련하고 있습니다.


최진석 교수는 우리는 말하기 위해서 듣고, 쓰기위해서 읽는다고 말합니다. 남의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단계를 넘어 부족한 자기를 '표현'할 수 있어야 내 자신의 주인으로 사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을 언급하는 강연을 아래에 링크해뒀으니 한번 들어보는것을 추천해드립니다. 


[Who am I?]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_최진석 교수



3. 인테리어


셀프 리모델링의 가장 큰 걸림돌은 '2년 임대한 주택'이라는 점입니다. 어짜피 얼마 살지않고 떠날 집인데 굳이 인테리어에 투자할 이유가 없는것이죠. 저 역시 지금까지 한 곳에서 5년이상 살아본적이 없을정도로 2,3년 단위로 이사를 하는 불안정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인테리어는 언젠가 내 집을 갖는다면 제대로 하겠다며 막연한 가능성과 여지를 남겨둔채로 시간만 흘렀습니다.


미디어에 소개되는 인테리어 리모델링 사례들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굉장히 많은 돈을 투자해서 제대로된 소품과 가전제품을 사야만, 넓은 거실이 있고 전망이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해야만 그러한 수준에 닿을수 있으니까요. SNS에서 남의 하이라이트 인생을 엿보며 왠지모르게 허탈감이 느껴지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인테리어 만들기는 그렇게 대단한 수준이 절대 아닙니다. 내 안목으로 결정한 적정가격의 소품을 구입해서 내 취향에 맞게 변형하고 배치해보는 그러한 공간만들기 경험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 2년계약의 임대주택에 살고있는데 거실을 큰 책장으로 둘러싸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키 큰 책장이 여러개 필요하지만 다른집으로 이사가게될 상황을 대비해서 어느 장소에서나 키큰 책장을 만들수있는 방법으로 공간박스 여러개를 구입하는것을 선택했습니다. 합판이 아니라 원목이라 나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고, 여기에 취향대로 투명/칼라 수성스테인을 바르는 일도 꽤 재밌습니다. 박스들이 그냥 올려져있어서 밀면 흔들린다는 점이 단점이고 가격이 조금 비쌌지만 그 외에는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인테리어는 이렇게 작고 별것아닌 것들이고 이런 '만들기'도 꽤나 만족스러운 기분을 가져다 줄수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를 주눅들게 하는 인테리어 사진들 구경은 그만해도 좋습니다.  


멋진 책장보다 나는 실용적인 공간박스를 선택했다



4. 운동


바디프로필을 찍는 목표를 가지라는 말이 아닙니다. 저는 바디프로필을 보면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져서 아예 구경조차 하지않는 편입니다. 일상생활이 탄력을 받을정도로 적당히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몸 만들기' 하는것이 좋습니다.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몸을 만들지 말고, 몸의 기운이 천천히 상승하는 것이 느껴지는 그런 운동을 추천합니다. 그래서 어떤 운동이 좋을지 사람마다, 최근 몸이 보내는 신호마다 다르기때문에 자기 스스로 찾아야합니다. 


운동은 현대인들이 늘 시도하려고 도전하는 대상이지만 또 늘 실패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기때문입니다. 목표를 하찮게 잡으세요. 그러면 자주할 수 있고 그렇게 습관과 일상의 루틴이 될 수 있습니다. 운동을 통해서 인생을 바꾸려고 하지말고 그냥 기분좋을정도로 유지해보세요. 대충의 미학에서도 썼지만 저는 운동하러가면 목표보다 조금 덜 채우고 그만둡니다. 다소 아쉽게 끝내버리면 며칠후에 또 하고싶은 마음이 그때부터 들기 시작하거든요. 저라는 인간을 제가 잘 알기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빨리 쳐내려고 하지말고, 그냥 그 시간을 천천히 즐기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대충의 미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