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랑하는 이가 이긴다

The lover takes it all

by 김정완

예전에 한 초등학생과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나 - 그래서 반에 좋아하는 여자애는 있어?

초 - 아니요!

나 - 왜, 한명 정도는 있을 수 있잖아. 더 많을수도 있고

초 - 진짜 한명도 없어요!


먼저 좋아하면 지는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설령 누군가를 먼저 좋아하게 되더라도 좋아하지 않는척 관심이 없는척 마음을 꽁꽁 숨긴다. '누구는 누구를 좋아한대요'라며 친구들끼리 놀리고 놀림받았던 어린시절 기억때문일까. 아니면 좋아한다는 사실을 당사자가 알게되면 부담스러울까봐 걱정되기 때문일까. 누군가를 좋아하게되면 그 자체로 살짝 부끄럽고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표현해서 전달하는건 무척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나도 그랬다. 어릴때뿐만 아니라 대학생때도, 30대때도 그랬다.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내가 왜그랬지?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게 어때서? 누군가를 좋아하는건 그냥 그대로 좋은것 아닌가? 하고 깨달았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는건 분명 좋은 일이다. 이성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사람이 사랑에 빠진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사랑은 그런 힘이 있다. 돈이 없어도 당장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 사랑을 '하는건' 마음만 먹으면 쉽다고 생각한다. 반면 사랑을 '받는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하는것보다 사랑받는게 더 대단하다고 여긴다. 사랑받기 위해서 성공하려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외모에 투자하고, 많은 돈을 벌고싶어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개수에 신경이 쓰이는 이유도 내가 이만큼 사랑받는 사람임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사랑받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사랑하기'를 게을리하진 않았을까?


'사랑받기'보다 '사랑하기'가 훨씬 쉽지만 그래도 사랑을 선뜻 시작하지 않는건 아마도 헤픈 사람이 되고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사랑을 시작하고 그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고 잘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도 기술이다. 용기를 가지고 사랑을 먼저 시작하자. 내가 어떤것을 좋아하는지 알게되면 내가 곧 어떤 사람인지 알게되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된다. 게다가 매력적으로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라 오히려 '사랑받기'에 유리하다.




브랜드에도 사랑은 필요하다


나와 아내는 평소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세상을 관찰하는걸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자기만의 브랜드, 채널, 스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내는 요리, 카페, 숙소 계정들을 구경하고 나는 근본없이 이것저것 다 찾아보는데 소위 잘나가는 곳들은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렇게 반응이 좋은건지에 대해서 끝없이 대화한다.


최근에 우연히 '포테이토 터틀'이라는 유튜브를 보게되었다. 영상이 너무 재밌어서 아내와 함께 한참을 보다가 이 흥미로운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유튜버에 대해 또 한참을 이야기했다. 왜 우리는 이 유튜버가 좋은걸까?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찰진 경상도 사투리를 우스꽝스럽게 구사하는 개그 캐릭터? 남의 눈치 1도 보지않는 대담함? 컷편집을 염두해두고 혼자 촬영하는 천재성?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꽁트력?



유튜브 채널 <포테이토 터틀>



그 매력은 바로 사랑이다. 이 유튜버가 느끼는 감정, '이 세상에는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는데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발견해나가며 신나게 살것이다'라는 태도가 영상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이 된다. 자기 인생을 격하게 사랑하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외국어를 못한다고 기죽지 않고, 낯선사람에게 말을 거는걸 두려워하지 않고, 싫은건 당당하게 싫다고 말하고, 좋은건 누가 쳐다보고있어도 큰소리로 좋다고 외치는 이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건 바로 사랑이다. 남에게 '사랑받기'를 기대하기보다 자기가 먼저 나서서 '사랑하기'를 실천한다. 그리고 이 유튜버는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당하고 있다.


브랜드과 비즈니스에도 사랑은 반드시 필요하다. 예전에는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순진한 사랑따위가 낄 자리는 없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진정성이 없어도, 미디어에 사랑꾼인척 하면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고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다. 직원들을 노예취급하고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블랙기업이라도 나름 장사를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SNS가 매스미디어의 파워를 넘기시작한 2010년대 중반부터 비즈니스에서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무척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소비자(End User)가 절대 알수없었던 중간과정이 지금은 쉽게 노출되고 공유되기 때문이다. 5천명의 진정한 팬을 만들수만 있다면 망하지 않는다는 스몰비즈니스에서 메이커의 진정성이 진짜인지, 찐인지, 진심인지 그런 문제가 중요하다.




숙소 <시작에 머물다>, 베이커리 <뭉구점> 인스타그램 피드


이 계정은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 올린 피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유튜브 채널을 들어가 올린 영상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블로그에 들어가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동안 지나온 세월과 활동량, 그리고 반복된 언어의 힘이 그것을 말해준다. 한 사람의 열렬한 사랑과 꾸준한 노력은 위와같은 페이지를 통해 고스란히 다른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다시한번 확인된다. 취향은 더 뾰족해지고 더 섬세해지며 기꺼이 서로가 서로의 팬이 된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만큼 가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열렬히 먼저 사랑하고 그것을 잘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자. 그 전달에 설득력이 있다면 반응은 분명히 있을것이다. 만약 반응이 없다면 또 어떤가, 열렬히 사랑했으니 멋진 인생 아니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놀듯 일하고 일하듯 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