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수영모자 하나를 사기 위해
거의 하루종일 리스본 여기저기를 사정없이 헤멘 듯 하다.
아마 전세계 모든 도시를 통틀어서 가장 언덕이 많은곳이 이곳일 듯. 갑작스럽게 마주치는 엄청난 오르막과 내리막은 나를 꽤 당황스럽게 만든다. 나는 경사진곳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인데, 한국에서 집을 이사하게 되었을 때 부동산 담당자와 집을 보러 다니면서 세웠던 기준 3가지에 당당히 들어간다.
1. 언덕에 있지 않을것
2. 화장실에 세면대가 있을것 (없는곳이 이렇게 많을지 몰랐다)
3. 창문이 이중샤시 (추위를 많이타기때문)
리스본에 온지 3일째인데, 역시나 전에 있었던 포르투와 비교를 안할수가 없다. 아직까지는 포르투가 더 좋다. 스페인과 비교를 하자면 포르투는 바르셀로나, 리스본은 마드리드. 작고 아기자기한걸 좋아한다면 포르투나 바르셀로나를 추천하고, 세련되고 사람많고 현대적인걸 좋아한다면 리스본이나 마드리드를 추천한다. 리스본도 나름 큰 도시 혹은 한 나라의 수도치고는 꽤 낡고 아름답고 시골스럽다고 들었지만 포르투에 있다가 온 내게는 마치 마드리드같아보인다.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건 어쩔수 없다. 역시 경험은 속이지 못하니까.
리스본 곳곳을 둘러볼겸, 수영모자를 어떻게든 사보겠노라고 오기가 가득한채로 사방팔방 헤멨는데 큰 도시라서 구역별로 확실하게 기능이 나뉘어져있나보다. 스포츠용품점이 아주 절대로 안나온다!! 오냐 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나는 이세상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가진 부자라고. 가다가 상권이 조금 보인다싶은 곳으로 방향을 트는식이었다. 결국 리스본의 가장 메인장소라고 할 수 있는 곳까지 와버렸다. 역시나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여기는 정말로 수영모자가 있지않고는 말이 안됨을 직감한다. 결국 수영모자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주변에 벼룩시장같아 보이는 곳이 있길래 들러서 꽤 맛이 좋은 빵 몇개와 샹그리아를 마시고, 티비에서 봤던 아기돼지요리를 주문해서 늦은 점심으로 해결했다.
약간 포르투의 향수병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겨우 한달 있었는데 무슨 향수병이냐, 또 이곳에서 적응해야지 그런 저런 생각이 든다. 리스본에서 한달을 새로 등록한 체육관도 포르투에 비해서 매우 좋지 않다. 그곳에 탈수기가 없어서 빨래를 집까지 들고와서 빨고 짜고 널어야 겨우 이틀안에 말릴 수 있을것 같다. ㅠ 이렇게 의외로 작은 부분이 해결이 안되면 좀 많이 불편해지는게 이런 생활. 그래 좋은점을 찾아보자. 낯선 환경에 나라는 인간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보기 위해서 이렇게 긴 여행을 왔으니까. 라며 오늘 하루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