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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Dec 08. 2015

김치찬가

식당에서 김치를 지금처럼 무한리필로 주는 한 우리는 평생 맛있고 잘 만들어진 김치는 구경조차 하지 못할것이다. 그게 공짜와 무한리필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진 댓가이다. 나는 대부분의 식당에서 쓰레기같은 김치가 나오면 처음에 한입 베어물고는 다시는 손도 대지 않는다. 내 입과 혀가 고달프기 때문. 그런데 식당주인을 탓할수만도 없다. 다 우리가 자초한 일이니까. 입장바꿔서 내가 식당을 영업한다고 했을 때, 시도때도없이 손님들이 여기 김치 더주세요라고 하는데 질좋고 싸구려아닌 김치를 준비할 수 있는 용기는 없다. 철저하게 경제적인 논리로 불가능하다. 어디 그런게 김치뿐이랴. 나머지 반찬들도 마찬가지다. 청국장이나 된장국은 리필할 생각 하지 않으면서 반찬은 잘도 만만하게 본다. 만만하게 봐도 상관없다. 평생 식당에서 쓰레기같은 반찬을 먹고싶다면 말이다.


내가 만약 식당을 운영한다면 이렇게 하겠다. 우리 식당에서는 반찬은 다 돈받고 팝니다. 라고 나온다면 반발이 엄청날것이다. 사실 그게 사업자의 선택이고 경영방식일뿐인데 뭔가 도덕성을 앞세워서 되도않은 비난을 할 것이 뻔하다. 그럼 이렇게하면 어떨까.


대안 1

우리 김치는 엄청난 내공으로 만든 질좋고 맛좋은 김치입니다. 그러니 한접시에 500원!

역시나 반발이 있을것으로 예상. 얼만큼 좋은김치에 대해서 전달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 어떤 일본에 있는 식당은 자기네 밥을 만드는 쌀이 어느 지역, 어느 품종, 어느 농부가 만든건지 벽에 보도자료를 걸어놨다.


대안 2

기본반찬은 제공하지만 리필은 한접시에 500원!

이런곳이 실제로 몇군데 있을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인심이 야박하다고 소문나기 딱 좋은 정도. 대안1과 같이 명분이 있어야한다. 이유없이 리필에 페이가 붙으면 그냥 아몰랑 주기싫다는 인색함밖에 안되니까. 역시 좋은 반찬이어야 하고 전달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안 3

무료김치와 유료김치 중 하나를 선택

손님한테 문제를 내는경우다. 상당히 재밌는 테스트가 될 수 있는데, 손님들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물론 공짜로 가져가 먹는 경우, 다른 식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단돈 500원을 자기가 먹는 음식의 질을 높이는데 사용할것이냐, 아니면 배만 부르면 장땡인 식사를 할것이냐 선택하게 되면서 음식을 의식할 수 있다. 역시 얼만큼 질이 좋은지 잘 전달되어야 하는게 전제조건이다.


이상 김치가 너무나도 먹고싶은 날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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