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르팅 충격의 귀가길에 대한 글을 쓰고 며칠이 지난다음에, 더 이전에 있었던 벤피카 방문기를 쓰는거라서 상대적으로 이곳에 대한 인상이 약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리스본에서 처음보는 챔피언스리그라는점과 멋진 독수리를 봤다는것만으로도 결코 평범한 방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느때처럼 나는 경기시작 1시간반 이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북적였고 생각해보니 스포르팅처럼 원정팬들의 소란스러운 입장은 안보였던 것 같다. 이번 원정팀은 옆동네 스페인에서 비교적 가깝게 날라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는 팀이다. 현재 스페인리그에서 요즘 그렇게 잘나간다는 바르셀로나 다음으로 2등에 랭크중이고 승점도 그다지 차이나지 않을정도로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하게 잘하는 강팀이다. 스타팅멤버는 베스트로 구성된듯하고 최근 5경기 결과를 보니 전부다 이겼더라. 매우 치열한 게임이 예상되는건 두말할것이 없는데
문제가 생겼다. 매표소에서 여권을 요구하는것. 챔피언스리그라서 그런가? 외국인 여행자신분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여권을 지참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데, 현지인이 된듯한 착각에 가끔 놓고다닐때가 있었다. 아 방법이 없을까. 일단 암표상이 먼저 떠올랐다. 근처에 기념품을 파는 아주머니가 계시길래 물어봤다. 예전에 포르투에서 기념품을 파는 상인이 표를 같이 파는걸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는 없었고 아주머니가 근처에 있었던 남자셋에게 가서 무슨말을 한다. 나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돈을 줄테니 아저씨가 사다주면 되는게아닌가! 그렇게 손짓으로 전달을 했더니 자기 신분증을 이미 썼다며 안된단다. 자국민들도 신분증1개당 1표만 판매하나보다. 챔피언스리그이기 때문이겠지. 아저씨가 경기장 반대쪽 매표소쪽으로 가보란다. 별 방법이 없으니 알겠다고하고 반대쪽 매표소 앞으로 가서 줄을 서는데 앞에있는 여자가 핸드폰을 들고 창구직원에게 보여주고 시간을 꽤 오래 끈다. 별생각없이 기다리다가 핸드폰을 얼핏 봤는데 신분증이 있는게 아닌가! 그렇다! 여권을 찍어놨던 내 사진! 어딨더라?? 아 그래! 클라우드에 있었지! 사진앨범에 있긴했었는데 별 생각없이 지웠을것이고. 그렇다면 인터넷, 인터넷!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서 애타게 찾다가 어느 대형슈퍼마켓에 비번이 없는 와이파이를 두칸 겨우 잡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여권사진을 찾았고 신나게 매표소로 향하는데, 그앞에서 암표상을 만났다. 음 어쩌지? 사실 아까 그 옥신각신했던 여자처럼 여권사진파일이 잘 안통할수도 있다. 그런데 이 암표, 1층자리인데다 25유로밖에 안하는데.. 가짜면 어떡하지? 충분히 가능한일 아닌가? 여기서 돈을 주면 암표상은 멀리 갈테고, 경기장 들어가는 입구에서 바코드를 찍으면 빨간색 엑스표가 뜰 수도 있으니까. 근데 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가짜처럼 보이진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행여나 암표상이 너무 멀리가지 않게 즉시 경기장으로 들어가서 바코드를 찍는데 통과. 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원정팬들, 벤피카 홈경기장
경기장에 들어가니 1층이긴 한데 중앙은 아니고 완전 구석자리다. 어쩐지 가격이 저렴하더라. 근데 그런 표는 어떻게 구하는걸까? 아무튼 오프닝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새 한마리가 경기장 상공으로 날아오른다. 음 뭐지? 독수리인가 설마? 경기장 위를 크게돌고 또 도는데 점점 내려오면서 작게돌다가 착지장소에 착륙하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진짜새가 아니라 가짜새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독수리가 날은 궤적이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다웠으므로. 나중에 지인과 얘기하다가 이 벤피카의 실제 독수리는 너무 유명한 상징이고 그 세레모니는 경기시작전에 항상 한다는것. 정말 대단하다. 그냥 축구팀일 뿐인데 라스베가스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묘기를 그것도 매 경기때마다 홈팬들에게 보여주다니. 이 벤피카라는 팀이 더 멋져보였다. 이렇게 자부심이 저절로 생겨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