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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Jul 16. 2020

요플레 전단지 리뷰

공짜 요플레 행사를 한다길래 갔다가 전단지 하나를 들고왔다. 고마운 마음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른 전단지에서 보기 힘들었던 디자인 이야깃거리 몇가지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전단지는 워낙 전통적인 매체라 클라이언트(싸장님)의 신기하고도 다양한 요구사항이 많이 들어가기때문에 아주 뻔하거나 아니면 아주 이상한 결과물로 나오기 쉽다. 값싼 인쇄물일 뿐이라서 표현방식은 제한적이고 개선이라고 해봤자 폰트를 바꾸거나 키우거나 레이아웃이나 칼라를 바꾸는 정도니까..


몇 달 전, 같이 지내는 하우스메이트가 운영하는 작은 사업의 전단지 디자인을 해준적이 있었는데 사업초기엔 의외로 이런 전단지 작업이 도움이 된다. 전단지를 만들어보면서 자연스럽게 고객그룹을 규정하게 되고 우리의 비즈니스가 어떤 톤으로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지와 그래서 핵심 사업모델이 무엇인지 그 자리에서 답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다시는 찌라시를 무시하지마라..) IR자료처럼 수십장 되는 PPT에서는 사업과 시장과 고객에 관한 모든 내용들을 담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작디 작은 전단지를 만들어보면 여러 제약들때문에 내용을 줄이고 또 줄이게되면서 그래서 우리가 하려는게 뭔데? 라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 2000년대 초중반, 태양이 비추고 나뭇잎이 날라다니는 플래시 모션을 최대한 활용해서 홈페이지의 빈약한 내용을 감출 수 있었던 시대를 지나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화면이 4.5인치 정도로 말도 안되게 작아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장식적인 요소는 들어갈 자리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사업의 본질만이 화면에 남게 되었다.


그래서 요 예슬이.. 아니 이 작은 전단지가 해낸것들을 따져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우선 작고 귀엽다..

사이즈를 재보니 가로 9cm, 세로 13cm. 명함 일반적인 사이즈가 9x5니까 명함 두개를 나란히 놓은것보다 살짝 더 큰데 주머니에 충분히 들어갈만한 아주 작은 사이즈다.

보통 길에서 나눠주는 큰 전단지는 아예 받지 않는다. 어짜피 전단지는 3초컷인데 3초후에 어디에 버릴지 고민하게 되는것이 싫다. 가방에 넣는것도 내 가방안이 지저분해지고, 주머니는 더욱 아니고, 휴지통을 보기힘든 요즘엔 더욱 그렇다.

일반적으로 사장님들은 A4를 원하지만 (무조건 크게, 크게, 크게 해달라) A4 광고지는 한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데 A4가 단순히 커서 그런게 아니라 메세지가 많기 때문이다. 공간이 넓으면 오너입장에서는 가성비때문에 그 남은 공간을 채우려하니까 메세지가 많아지므로 그래서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광택 스노우지에 120g정도 되어보이는 무게감도 딱 적당했다. 가성비가 가장좋은 조합이 아닐까.


인물배치 미장센

판형은 비록 작지만 모델의 머리 끝부분과 왼쪽 팔을 일부러 짤리게하여 아주 크게 보이도록 레이아웃하였다. 예전 입시미술에서도 일부러 정물과 석고상의 일부분을 종이 끝에 짤리게하여 시원하고 큰 느낌을 들도록 했었다. (추억)

뒷장도 마찬가지지만 인물의 머리 끝을 짤리게 하는 것은 좀 더 인물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촬영기법이기도 하다. 가장 좋지 않은 선택지는 머리끝이 판형(또는 화면)에 닿을듯 말듯 아슬아슬한 구도이다. (심리적으로 불편해진다고.. 아래 영화 장면처럼 인물(머리)을 자를거면 확실히 자르고 그게 아니라면 가장 왼쪽의 바스트샷처럼 머리 위로 여유공간을 남겨두는 것이 좋은 미장센이다.


Her 바스트 샷 and 클로즈업 샷 and 익스트림/빅 클로즈업 샷


잡지표지 레이아웃   

배경을 단색으로 처리하고 텍스트를 인물뒤/앞에 양끝정렬하는 레이아웃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잡지의 표지 스타일이다. 상단에 아이덴티티를 간판처럼 고정시키고, 이달의 인물을 중앙에 크게 배치시키고 좌우의 빈 여백에 이번에 다룰 내용의 꼭지 제목들을 다소 자유롭게 배치시킨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자사의 아이덴티티를 과감하게 가릴 수 있느냐 비교해보는 것이다. 인물 머리부분에 최대한 많이 가려질수록 인지도가 높고 고급적인 브랜드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우리는 이렇게 가려져도 사람들이 다 알아보고 구입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이 전단지처럼 스노우지 120g로 홍보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이라도 소비자들이 이름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소박한 브랜드라는 말인데 에스콰이어나 마리끌레르와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싸장님들이 허락안해준다. 간지가 밥먹여주나)

하지만 우리의 요플레가 해냈다.


에스콰이어(Esquire) and 홍콩 마리끌레르


다소 아쉬운 타이포그라피   

위아래 마진(margin)이 좌우 마진보다 좁아서 아쉽다. 오히려 위아래로 긴 레이아웃이기때문에 위아래 마진이 조금 더 큰게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배경으로 핑크색 중간톤을 잘 선택하여 덕분에 밝고 어두운 두 가지 폰트칼라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표지에서 글줄(line-height)이 상당히 좁은편인데 나름 괜찮게 보인다. 폰트는 무료폰트인 에스코어 드림을 사용했는데 이 폰트는 유료인 HG 꼬딕씨 대체제로 가장 널리 쓰인다. (얼핏보면 비슷해보이니까) 가성비를 고려한 선택!

영문폰트는 뭘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조금 더 개성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요플레 프로틴 로고타입도 곡선이 살아있기때문에 영문폰트도 장식적인 요소가 살짝 있었으면? 현재 영문폰트는 다소 따분하다.

요플레 프로틴 로고타입이 비중이 많이 실리는데 가장 아래에 배치했으면 전체 균형이 안정적으로 되지 않았을까. 고단백질/저지방 폰트는 그 오른쪽에 배치하고?

인물 오른쪽에 NEW 면은 없는것이 좋았을 것 같다. 인물, 특히 얼굴쪽을 관통하는듯한 날카로운 디자인 요소는 가급적이면 배제하는 것이 좋다. 딱히 이 경우에는 의미도 없으니까..

뒷장의 설명서는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다. 2가지 칼라만 사용해서 강-약-중간-약 하게 적절히 리듬감있고 시선의 흐름에 적합하게 배치했다.


다 쓰고나니까 요플레 하나로 이렇게까지 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고 살짝 후회가 밀려오면서 정신이 아득해진다. 간만에 귀엽고 완성도 있는 전단지를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그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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