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엉덩이의 힘을 믿어.
꽃 피는 사월,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원 데이 클래스가 들불처럼 번지는 시대의, 원 먼스 클래스였달까.
글쓰기 선생님은 참 근사했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 단정한 옷차림. 간지가 났다. 반짝임과 날카로움이 함께 있는 사람이었다. 사실, 선생님을 만나기 훨씬 전 작가의 책으로 먼저 만났었다. 그 책 이름은 바로 <스무스>. 이쯤이면, 선생님이 누군지 아실 분들은 아시리라 생각된다. 그의 글은 유연하게 흐르고, 반짝이고, 날카롭고, 위트 있었다. 실제로 보니, '둘은 서로 참 많이 닮았구나'를 알게 됐다.
글을 쓰는 방법들을 배웠다. 막상 글을 써보니 제일 중요한 건 엉덩이의 힘 이었지만!
두 편의 글을 쓰고 나니 사월이 훌쩍 갔다. 그 이후 나는 연달아 네 편의 글을 쓰게 됐다. 그러고 보니, 오월도 벌써 반이 지났다. 그 사이 초록색 잎싹은 잎사귀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 수업 이후, 매주 한 개씩 글감이 배달되고 있다. 글감이 메일로 슉~ 날아오면, 그때부터 짬짬이 엉덩이의 힘이 시작된다. 적당량의 의지와, 엉덩이를 붙일만한 의자만 있다면 시도 때도 장소도 상관없다. 일단 엉덩이를 그 의자에 꼬옥 붙이고 앉으면 된다. 그리고 펜을 이리저리 굴리면, 노란색 종이 위로 검은색 선들이 그려진다. 문장이 써지지 않는다고 상심할 필요도 없다. 단어라도 쓰면 된다. 단어가 써지지 않으면? 삐죽삐죽 뭐라도 쓴다. 그렇게 쓰면, '무엇이든 쓰게 된다.' 이렇게 쓰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초고를 그리게 된다.
시간이 됐다. 무슨 시간? 모니터 앞의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시간. 흐지부지된 노란색 종이 위의 검은 선들을 하나하나 하얀색 모니터 위의 검은 점으로 띄운다. 스타카토의 음을 닮은 키보드 소리. 이 세상에서 제일 바쁜 커리어 우먼처럼 호다닥 커서를 옮기다 보면, 어느새 퇴고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글 한편이 그려진다.
이렇게 하기를 여섯 편째. 다음 주면 일곱 편이 된다. 나 벌써 칠 주 연속으로 글을 쓴 거야? 세상에.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첫 글을 브런치에 그린다. 나는 내 엉덩이의 힘을 믿으니까. 나도 할 수 있는데, 누구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위클리 글쓰기, 그리고 그리듯 글쓰기.
추신
아! 그런데, 이 포맷에서 각주는 어떻게 넣는 거지? 아직 없는 걸까?
하이퍼 링크를 걸어둔 '무엇이든 쓰게 된다'와 '뭐라도 되겠지'는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중혁 작가님의 책 제목이다.
이 글은, 브런치에 도전하기 시작 한 그날 써뒀던글. 유월의 끝, 선물처럼 세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브런치 작가로 등단(?) 됐다. 그렇게 첫 글을 올리며 칠월을 시작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