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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mondo Oct 21. 2021

나의 두 번째 서울

Prologue

5년 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5년 전 서울을 떠날 때의 나와 다시 서울을 찾은 나 사이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땐 원해서 왔고,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왔다는 것. 


그리고 사소하게는 식성부터 성격, 넓게는 삶을 대하는 방식까지 전혀 다른 사람이라 생각이 들 만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변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경험이라는 것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내 두 번째 서울 생활을 임하는 태도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차이는 마치 처음 게임에 입장한 캐릭터와 수도 없이 죽으며 능력치를 키운 후 다시 처음부터 게임을 시작하는 캐릭터의 레벨 차이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겠다. 

경험이라는 건 현재 진행일 때보다, 현재완료나 과거완료일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발휘된다. 

그저 시간을 흘려 보낸 후가 아니라 그것을 마주하며 돌아볼 때, 내가 겪고 있는 중이 아니라 겪어내고 극복해낸 일을 똑바로 바라볼 때야 비로소 발전된 미래의 형태로 다듬어지는 것이다. 


우울로 점철되었던 이십 대의 서울 생활, 그리고 그 끝엔 도망치듯 떠난 서울 생활을 삼십 대에 이르러 다시 마주했다. 

다시 만난 서울은 여전히 화려하고, 여전히 재미있고, 여전히 외롭다. 

가장 변화가 무쌍하다는 이 도시는 그대로일까, 변했을까. 

어떻든 간에 내가 달라졌다면, 이번에야말로 나는 이 도시와 평화로운 상생을 이뤄낼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이 서울에서의 두 번째 삶을 해피엔딩으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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