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익선동 카페거리는 꽤 작은 규모였는데, 마치 이 골목만 분리되어 동떨어진 환상 속의 섬 같았다. 잠깐 들른 옷가게 사장님께 여쭤보니 예전의 익선동 카페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곳이라고 한다. 4-5년 전부터 카페가 하나둘 생기더니 지금은 골목마다 감성적인 가게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이런 골목은 요즘 전국적으로 유행인 듯한데,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필두로 망리단길, 샤로수길, 그리고 경주의 황리단길 등 골목 상권의 성장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그러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꽤 커다란 문제로 화두에 올랐는데, 부동산 투자적 요소가 아닌 낙후된 골목을 발전시켜 주민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방식으로나 원래 거주자들의 주거 대책 등을 보장하며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 좋은 방향을 이끌어낸다면 무작정 배척해야 할 현상만은 아니지 않을까. 물론 현실은 늘 이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럴수록 포기하지 않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익선동을 둘러보고, 오랜만에 향한 광장시장.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광장시장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지. 이미 보기만 해도 알 것 같은 녹두전의 바삭함에 이끌려 홀린 듯 자리에 앉은 나는 녹두전 小를 시켰다.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아.. 역시.. 상상보다 훨씬 황홀한 이 맛이여. 이 바삭한 기름 맛에 막걸리를 마시지 않을 수는 없지!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며 바삭한 녹두전과의 조화로움에 감격하고 있는 그때, 바로 옆 자리에 한 외국인이 앉았다. 녹두전을 시킨 외국인은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듯했는데, 호기심이 동한 나는 막걸리도 한 잔 했겠다, 기어이 말을 걸고야 말았다.
“Have you tried 막걸리?”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막걸리 한 병을 나눠 마시는 동안 이어졌고, 한국에 와서 자가격리 후 밖으로 나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는 그에게 서울에서 가볼 만한 곳들, 한국 여행지 등을 추천해주었다. 타지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의 친절이 그 나라의 이미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개인적으로 얼마나 구원 같았는지 몸소 느껴본 나로서는 무척이나 기분 좋았던 시간. 물론 짧은 영어 실력이라 나의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마음만은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sns를 나눈 뒤 우리는 헤어졌고, 청계천을 따라 정처 없이 걷다 주변을 둘러보니 육가공 배너가 줄지어 보였다. 지도를 검색해 보니 내가 당도한 이곳은 말로만 들어 보던 바로 그 유명한 ‘마장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