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emondo Oct 24. 2021

나의 두 번째 서울

마장동

그렇게나 고기를 좋아하면서 처음 디뎌본 마장동.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다가 ‘한양대 음식문화 카페거리’라는 표지를 따라 방향을 틀었다.

같은 마장동이었지만 마장 축산물 시장을 지나오니, 서울에서는 별로 본 적 없던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띄었다.

여기서 ‘서울에서 별로 본 적이 없다’라는 표현을 쓴 건 서울에 아파트 단지가 별로 없다는 뜻이 아니라, 지극히 경험으로 말미암은 낯선 풍경이었다는 뜻이다.


스무 살 이후, 처음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 내게 익숙한 주거 풍경은 대학교 근처의 빌라나 오피스텔, 원룸들이었다. 특히 나는 서울에서 신촌 > 신림 > 선릉 > 신대방 삼거리로 동네를 옮겨 다니며 이사를 한 편이라 서울에 ‘내 동네’라고 느낄 만한 곳이 없었고, 이전에 내가 지내왔던 곳들은 대체로 지하철 역 도보 3분 이내의 오피스텔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번화가 중심에 위치한 원룸에서 지내고 있는데, 집 근처엔 술집과 카페들이 즐비하고 있다.

이러한 자취의 터전들은 보통 계약기간이 1-2년이다. 끝이 정해져 있는 생활 덕에 나는 자주 서울 곳곳의 시세나 청약 일정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런 생활은 내게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현재의 내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생각마저 들지 않았다.

그런 내게 서울의 아파트 단지는 너무나도 낯선 풍경이었다. 

태어난 곳 보다 내 마음이 편안한 곳이 고향이라고 서머싯 몸이 말했듯, 나 또한 서울이 내 고향이라 여기며 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이제는 내게 집이라는 건 오히려 잠깐 머물 방 한 칸이 더 익숙한데. 

내가 늘 어딘가를 떠돌아다니는 게 바로 이 때문은 아닐까. 

처음으로 이곳에서 내가 ‘집’이라고 부르며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곳이 갖고 싶어졌다.


집이라는 건 뭘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해 지은 건물’이라고 뜻이고, 두 번째는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안’이라는 뜻을 가진다.

첫 번째 의미로 보면 내 방도 하나의 집이 될 수 있겠지. 

문제는 두 번째 의미. 

물론 혼자 사는 게 익숙하고 편하며, 1인 가정도 충분히 하나의 가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의 집(그것도 친구의 신혼집)에서 내 집보다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그 동네가 물리적 거리로는 멀지만 심리적 거리로는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문제의 두 번째 뜻이 시사하는 바가 아닐까.


서울에서 내가 오래도록 정을 나눌 집이, 동네가 생길까.

나는 과연,

정착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발길 따라 여행하는 종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