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동
그렇게나 고기를 좋아하면서 처음 디뎌본 마장동.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다가 ‘한양대 음식문화 카페거리’라는 표지를 따라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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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마장동이었지만 마장 축산물 시장을 지나오니, 서울에서는 별로 본 적 없던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띄었다.
여기서 ‘서울에서 별로 본 적이 없다’라는 표현을 쓴 건 서울에 아파트 단지가 별로 없다는 뜻이 아니라, 지극히 경험으로 말미암은 낯선 풍경이었다는 뜻이다.
스무 살 이후, 처음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 내게 익숙한 주거 풍경은 대학교 근처의 빌라나 오피스텔, 원룸들이었다. 특히 나는 서울에서 신촌 > 신림 > 선릉 > 신대방 삼거리로 동네를 옮겨 다니며 이사를 한 편이라 서울에 ‘내 동네’라고 느낄 만한 곳이 없었고, 이전에 내가 지내왔던 곳들은 대체로 지하철 역 도보 3분 이내의 오피스텔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번화가 중심에 위치한 원룸에서 지내고 있는데, 집 근처엔 술집과 카페들이 즐비하고 있다.
이러한 자취의 터전들은 보통 계약기간이 1-2년이다. 끝이 정해져 있는 생활 덕에 나는 자주 서울 곳곳의 시세나 청약 일정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런 생활은 내게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현재의 내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생각마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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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게 서울의 아파트 단지는 너무나도 낯선 풍경이었다.
태어난 곳 보다 내 마음이 편안한 곳이 고향이라고 서머싯 몸이 말했듯, 나 또한 서울이 내 고향이라 여기며 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이제는 내게 집이라는 건 오히려 잠깐 머물 방 한 칸이 더 익숙한데.
내가 늘 어딘가를 떠돌아다니는 게 바로 이 때문은 아닐까.
처음으로 이곳에서 내가 ‘집’이라고 부르며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곳이 갖고 싶어졌다.
집이라는 건 뭘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해 지은 건물’이라고 뜻이고, 두 번째는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안’이라는 뜻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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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의미로 보면 내 방도 하나의 집이 될 수 있겠지.
문제는 두 번째 의미.
물론 혼자 사는 게 익숙하고 편하며, 1인 가정도 충분히 하나의 가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의 집(그것도 친구의 신혼집)에서 내 집보다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그 동네가 물리적 거리로는 멀지만 심리적 거리로는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문제의 두 번째 뜻이 시사하는 바가 아닐까.
서울에서 내가 오래도록 정을 나눌 집이, 동네가 생길까.
나는 과연,
정착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