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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mondo Dec 13. 2021

진짜 서울의 모습


친한 언니와 함께 영등포 근처의 주거 동네를 걸을 때였다.

과일 점포가 줄지어진 거리를 지나 옛집이 고스란히 남겨진 골목골목을 걸으니, 마치 8,90년대를 배경으로  드라마 세트장을 걷는 기분이었다. 서울에 올라와 번화가에서만 살았던 내가 떠올리는 서울의 모습은 8차선 도로와 고층 건물,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빛나는 모습이 전부였는데. 낯선 서울 풍경을 보며  동네 엄청 예스럽다며 감탄하며 걷는 내게 옆에서 함께 걷던 서울에서 나고 자란 본투비 서울러 언니는 조용히 말해주었다.

“이게 진짜 서울의 모습이야.”

나는 이 말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는데, 그 충격은 바로 여태껏 내 시선이 머무는 대로만 서울을 형상화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나는 서울을 서울 그 자체로 본 적이 있었을까. 내가 만든 프리즘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서울의 모습을 변형시키고 굴절시켰던 건 아니었을까.

이 생각은 나아가 내 삶 전반에 걸친 질문으로 떠올랐다. 이다지도 편파적인 시각으로 서울을 봐왔듯 내가 밟아 온 모든 삶의 여정 또한 한쪽으로 치우쳐진 채 살아온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내가 놓친 순간들은, 잃어버린 사람들은, 외면해 온 진실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궁금해졌다.

나는 과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일까. 나도 모른 채 내 삶은 합리화로 뭉뚱그려지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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