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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mondo Mar 30. 2022

생각 vs 느낌

드라마 서른아홉을 보다가

‘서른아홉’이라는 드라마에서 손예진은 서운함을 토로하는 친구에게 ‘너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라고 말하려다 ‘너가 그렇게 느끼는 줄 몰랐다.’라고 정정해서 말한다.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을 당시.

선생님께서는 어떤 감정이 일어나 심장이 뛰고 호흡이 곤란할 때 그 감정이 일어나기 직전에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역행하며 적어보는 방법을 권하셨다.


나는 여태 우울감이나 불안감은 특별한 이유 없이 무작위로 드는 감정이라 여겨왔는데, 이렇게 감정을 분석하다 보니 특정 상황에 자동반사적으로 발현되는 생각들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의식하지 않고 검열하지 않은 생각들을 반복해서 하게 되면 어느새 생각의 과정을 뛰어넘고 상황에서 곧바로 감정으로 연결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은 과거 내 생각들의 집합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나 어떤 상황에 내가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은 이미 그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여러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인 판단이 쌓인 것인지도 모른다.


서운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서운함을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깊이의 서운함이다.

그리고 손예진의 ‘너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는 말이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에 가깝다면, ‘너가 그렇게 느끼는 줄 몰랐다’는 말은 서운하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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