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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

by keemondo


호기롭게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정하지 않고 떠나온 사람치고는 꽤 이르게 치앙마이를 떠나게 되었다. 여행을 시작한 지 10일 만의 일이었다.


이제 그만 한국으로 돌아가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내가 지고 왔던 마음의 짐을 빠이에서 풀어낼 수 있게 되면서 이 여행의 최초 목적을 달성해 버렸고, 두 번째는 그 후 시작된 컨디션 난조로 굳이 더 머물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나는 인생에서 가장 커피를 맛있게 마셨던 카페에서 원두를 사기 위해 올드타운의 ‘Pran cafe’를 다시 찾았다. 나를 알아본 사장님께서는 다음에 오면 숙박도 여기서 머무르면 좋겠다고 하시며 (치앙마이엔 카페와 숙소를 겸하는 곳이 흔하다), 손목을 잠시 내어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의아해하는 내 손목 위로 무언가를 채우셨다. 알록달록한 코끼리가 달린 예쁜 팔찌였다.


@사진 출처 : 작가 유튜브 '렛츠앨리'


“이 팔찌는 행운을 상징해. 네가 안전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로부터의 뜻밖의 마음에 눈물이 차올랐다.


@사진 출처 : 작가 유튜브 '렛츠앨리'



마음의 영역에서는 남겨진 사람이 더욱 무거운 짐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떠남이 당연히 예정되어 있는 여행자에게 진심을 나눠주는 사람을 나는 존경하기까지 한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너무나도 과분하게 많은 진심을 받았다. 지인에게 선물 받았다는 소중한 파김치를 나눠주신 치앙마이 림위앙 사장님과 홍수 사건 때 날 구원해 준 타패 옷가게 직원들, 내 여권을 호텔까지 가져다준 분과 안심한 표정의 나를 보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던 호텔 직원분들, 그리고 빠이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준 차이와 그의 친구들, 마지막으로 팔찌를 채워주며 나의 안전한 비행을 빌어주던 프란 카페 사장님까지.



@사진 출처 : 작가 유튜브 '렛츠앨리'
@사진 출처 : 작가 유튜브 '렛츠앨리'
@사진 출처 : 작가 유튜브 '렛츠앨리'



사람으로부터의 상처는 가까울수록 깊게 새겨진다. 그래서 의외로 먼 사람에게서 뜻밖의 호의를 건네받을 때 인류애가 크게 샘솟으며 마음의 상처도 아물어질 수 있다. 특히 예상치 못했을 때 발라진 약은 아무리 깊은 상처에도 금방 새살이 차오르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사진 출처 : 작가 유튜브 '렛츠앨리'



빠이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차이를 만나 인사를 할 때 차이는 너는 왠지 다시 올 것 같다고 말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치앙마이&빠이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 후 이곳, 그리고 이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몇 달을 앓다가, 결국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그러나.

역시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특히나 인간 P의 인생은 랜덤게임에 가깝다. 송크란 축제에 맞춰서 다시 한번 치앙마이와 빠이를 방문하겠다는 나의 다짐은 빠이만큼 호기심을 일으키는 곳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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