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의 랜드 마크를 생각하면 ‘금문교’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골든 게이트 브릿지는 단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중 하나이고 이 도시의 상징과 다름없다. 하지만 그 다리를 샌프란시스코의 심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이 도시의 심장은 따로 있다. 이 도시 사람들에게 숨을 불어넣는 곳. 바로 'City Lights Booksellers & Publishers’이다.
금문교를 제친 게 고작 서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이 서점은 조금 특별하다. 이 독립 서점은 'Lawrence Ferlinghetti’와 'Peter Dean Martin’이라는 두 명의 시인이 세운 곳으로, 무려 1953부터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명의 시인이 서점을 만들었다는 것도 낭만적이지만, 서점의 모토는 훨씬 더 선명한 낭만을 지킨다. "Open Door, Open Mind, Open Books, Open Heart.", "문을 열고, 생각을 열고, 책을 열고, 마음을 열어라." 이보다 더 완벽한 서점의 모토가 있을까. 서점을 찾느라 길을 한참 헤매다가 창문에 붙은 이 문장들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고 여전히 뭉클하다.
하지만 내가 이 서점을 도시의 심장이라고 말한 이유는 앞서 나열한 낭만적인 이유들 때문이 아니다. 이곳은 그저 책을 사고파는 서점이 아니라 미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비트 세대와 비트 문학'의 중심지였고 지금까지도 다양한 문학 모임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라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점이면서 출판사이기도 한 이곳은 '앨런 긴즈버그'의 대표작인 <Howl>을 출판했다. 미국 사회를 과감하고 신랄하게 비판한 <Howl>은 출판되자마자 음란서적과 다름없다는 이유로 모든 책을 압수당하고 책을 출판한 발행인인 펄링게티와 서점 매니저가 구속되는 일을 겪는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문학적 가치에 대한 지식인들의 증명과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결국 음란물 판정 소송에서 승소하고 책은 정식으로 유통된다. 이처럼 시티 라이트 서점은 당대 문학인들과 함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부조리함에 저항하며 사상의 자유를 외쳤다.
서점을 세운 시인 중 한 명이자 앞서 말한 <Howl>의 발행인인 로렌스 펄링게티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진심으로 예술이 세계, 혹은 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서점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봤던 게 떠올랐다. 사진으로도 남겨둔 이 메시지는, 'WARNING: Reading Books May Change Your Life, 경고: 독서는 당신의 삶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였다. 누군가는 같은 힘을 믿으며 이 서점에서 책을 내고 또 책을 읽을 것이다. 여전히 문학 모임을 갖고 책과 문학,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이 도시를 갈 때마다 이 서점을 계속해서 찾는 것처럼 말이다.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심장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계속해서 두드리고 또 성장시키는 곳. 새삼스레 시티 라이트, 도시의 빛이라는 서점 이름이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