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시 중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도시는 아마 엘에이일 것이다. 미국 내에서 가장 먼저 코리아 타운이 생길 만큼 이민자가 많았다는 점과 박찬호 선수가 국내 선수로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인 'LA Dodgers'의 선수가 됐다는 것, 그리고 지역 때문에 붙은 이름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엘에이에서 시작되었다고 믿는 'LA 갈비'도 이 도시가 친숙한 이유일 것이다. 내가 미국 여행으로 처음 간 곳도 바로 이 도시인 엘에이였다.
하지만 나는 이 유명한 도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이 도시는 차 없이 여행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도시다. 서울보다 몇 배나 큰 면적에 비해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차가 없다면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아이러니 한 사실은 차가 있어도 문제라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과 현지인의 조합은 엄청난 교통체증을 야기하고 찾기 쉽지 않은 주차와 비싼 주차비도 문제에 한 몫한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미국의 많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수없이 이용한 'Air bnb'에서 유일하게 문제가 있었던 곳도 이 도시였다. 한국보다 더 맛있는 한식당도 많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할리우드처럼 재미있는 곳이 많은데도 이상하게 정이 들지 않는 도시, 엘에이는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왜 이 도시에게 '천사들의 도시'라는 뜻의 'Los Angeles'라는 이름을 붙었는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유래를 살펴보니 이 이름은 스페인어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이는 엘에이가 스페인의 점령지였기 때문이었는데, 엘에이의 본명은 스페인어로는 훨씬 긴 이름인 'El Pueblo de Nuestra Señora la Reina de los Ángeles del Río Porciúncula'였지만, 멕시코를 거쳐 미국이 이 땅을 사들이면서 원래의 이름 중 '천사들의 도시'라는 뜻의 'Los Angeles'라는 부분만 남게 되었다고 했다. 유래를 찾아봐도 도시와 이름이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엘에이를 몇 번씩이나 갔던 건 아끼는 사람들이 그 도시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같이 미국 취업을 준비하고 엘에이의 한 회사에 취직한 친구는 내가 이 도시에 오면 꼭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누누이 말했다. 마침내 우리가 엘에이에 만나게 되었을 때, 친구는 나의 여행 일정 중에서 날씨가 제일 좋은 날을 골라 차에 태우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Rancho Palos Verdes'라는 해안도로였다. 우리는 꽉 막힌 도시의 중심지를 벗어나 하늘과 바다가 구분되지 않는 해안선을 따라 달렸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멈추지 않고서 와, 라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하늘과 바다, 기분 좋은 바람을 오래 누렸다. 그때 처음으로 이 도시가 천사들의 도시라는 이름과 꽤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 이년 만에 다시 간 엘에이에서도 'Rancho Palos Verdes'를 향해 달렸다. 해가 거의 사라졌을 때 도착해서 지난번과는 사뭇 다른 하늘과 바다를 보았지만 변함없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매일 달려도 질릴 것 같지 않은 하늘과 바다를 가진 곳. 이날은 유독 'Point Vincent Lighthouse'라는 이름의 등대와 해 질 녘의 바다, 짙은 파랑의 하늘이 하나의 작품처럼 잘 어울렸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어쩌면 내가 이 도시를 오해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으로 와서 고작 며칠씩 다녀갔을 뿐인데, 마치 이 도시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판단하고 규정해버린 건 아닐까, 하고 반성했다. 슬프게도 내가 이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은 언제나 이처럼 지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것과 그러므로 나의 실수와 오해는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도 인지하게 됐다. 앞으로는 이 도시와 이름이 꽤나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잊지 않고, 세상에 대해 섣부른 단정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