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여행을 가든 내가 꼭 하는 건, 그 지역의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거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나의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 내가 여행에서 누리는 매우 중요한 일정이자 큰 행복이다. 지역의 미술관과 서점도 되도록이면 둘러보는 편이다. 이 세 개의 일정이 끝나면 바삐 움직이며 여러 장소를 보는 것보다 하나라도 충분한 시간을 들이면서 탐험하는 게 내가 추구하는 여행의 방식이다. 패키지여행을 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빠르게 여행지를 다녀가는 건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은 여행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여행은 엑셀 차트에 적어둔 계획대로 바쁘게 이동하며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일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여행은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르며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일 수도 있다. 똑같은 여행도 없고 틀린 여행도 없다. 각자의 여행이 있을 뿐이다.
삶도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제각기 다른 생김새처럼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 목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만약 모두가 같은 길을 간다면 세상은 그저 무기력하고 따분한 공간이 되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책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가?"
월든의 문장을 생각한 건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에서 본 이 작품 덕분이었다. '부디 참여하고, 감사하고, 즐기고, 집중하고, 명상하고, 느끼고,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향기를 맡고, 도전하고, 숨을 쉬고, 용서하고, 소망하고, 인지하고, 미소를 짓고, 궁금해하고, 꿈을 꾸고, 맛을 보고, 요가를 하고, 키스를 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찾고, 쉬고, 만지고, 움직이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고, 기적을 기대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었다. 나는 긴 메시지 안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라’는 말을 오래 보고 있었다. 우연히 만난 이 작품과 갑자기 떠오른 책 모두 내게 말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나는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의 선택을 지지해주었지만, 서른을 앞두고 불확실한 길을 나서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몇 개월 동안 고민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3월의 봄날이 되어서야 나는 결정을 행동으로 옮겼다. 포틀랜드 여행 이후 내 핸드폰 배경화면이던 이 작품을 보면서 언제까지 방황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후 나는 퇴사를 하고 오랫동안 이루고 싶었던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 글을 쓰기 며칠 전, 아버지는 내게 모든 사람이 같은 박자로 삶을 걸어 나가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책과 작품, 아버지의 말처럼 나는 짧은 여행이든, 인생이라는 긴 여행이든 나만의 박자를 따라 걸어가려 한다. 두려움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 기대고서 튼튼한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내디뎌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