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초저녁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진 않았다. 좋아하는 책과 공책, 그리고 스케치북을 들고 호텔을 나왔다. 첫 번째로 향한 곳은 'Heart coffee roasters'였다. 하트 커피에서 내 하트를 재 정비해보리라는 마음과 포틀랜드를 가면 하트 커피는 꼭 가보라는 바리스타 친구의 추천 때문이었다. 카페는 크지 않은 공간에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지만 시끄럽지 않았다. 나는 좋아하는 카푸치노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한 입을 마시자마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마음껏 글을 썼다. 포틀랜드에서 한 첫 번째 마음 재정비였다.
다음 날에는 ‘Barista’에 갔다. 이름부터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리스타라니. 얼마나 자부심이 있으면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 웹사이트에도 포틀랜드에서 가장 숙련된 바리스타들 있는 곳이라고 적혀있었다. 기대감을 가득 안고 카페 문을 열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감을 한 시간 남짓 남겨두고 도착했는데도 카페 안에는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과 앉아서 커피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가게를 좀 둘러보다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것, 저것 살펴보는데 바리스타 언니가 포틀랜드는 처음이냐고 물었다. 관광객인 게 너무 티가 났나 싶어 웃으며 휴가를 받아서 왔다고 했더니 포틀랜드는 장미의 도시라며 라테 아트를 장미로 그려주겠다고 했다. 커피를 받으면 꼭 한 입 먼저 마셔보고 사진을 찍는데, 이건 마시기 전에 온전히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생각지도 못한 장미를 받고서 일상이 주는 사소한 행복을 놓치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포틀랜드에서 한 두 번째 마음 재정비였다.
그 다음 날에는 'Courier coffee'에 갔다. 작고 귀여운 규모의 카페였지만 어느 곳보다 포틀랜드스럽고 어느 곳보다 맛있었던 커피가 있던 곳이었다. 판매 중인 로컬 작가들의 작품이 자유롭게 붙어 있는 벽이나 카페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엘피들, 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카페 안에는 정말 귀여운 여자 바리스타가 있었는데, 그 바리스타의 친구로 보이는 남성이 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성의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둘이 썸을 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바리스타를 향해 "Baby"를 외치면서 카페로 들어왔다. 여자 바리스타의 환한 얼굴과 그들의 애정 넘치는 포옹과는 달리 눈에서 꿀이 떨어지던 남자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갔다. 마치 미국 드라마를 본 것 같았고, 나는 그 후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글을 적었다. 오랜만에 적은 긴 글이었다. 나에게 제일 필요했던 시간이자 갈망하던 에너지였다. 내가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포틀랜드에서 한 세 번째 마음 재정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