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마파두부

처음으로 맡겨 본 저녁

by 김우드

오늘 저녁은 남편에게 맡겼다. 남편이 저녁을 준비해 준다면, 내가 오늘 계획한 일들을 조금 더 여유 있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은 요리를 아예 할 줄 몰라서, 결혼하고 삼시 세끼는 모두 나의 담당이었다.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에 내가 다 해버리는 편이라, 남편에게 요리를 시키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종종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남편분들이 해 준 요리를 올리는 글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지만, 비교하는 것 같을까 봐 그 마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남편도 이미 충분히 미안해하고 있는 부분이었고, 반찬 투정 없이 뭐든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만 들 뿐이었다.


하지만 나의 일상이 조금 느슨해지기 위해서는 몸이 힘들 땐 주말 한 끼 정도는 외식을 하거나, 이제는 남편에게 한 끼쯤은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렵지 않은 요리부터 종종 남편에게 알려줘야겠다 마음먹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마파두부덮밥이었다. 재료를 넣는 순서만 알려주고 나는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남편은 여전히 요리 중이었고, 상태를 보러 갔더니 "물을 많이 넣었어"라며 먼저 이실직고했다. 물을 세 스푼 정도만 넣으라고 했는데, 넓은 볶음 주걱으로 세 스푼을 넣었단다. 남편의 귀여운 실수에 웃음이 났고, 마파두부 소스를 졸이기 위해 불을 더 강하게 켰다.


내가 머리를 말리고 스킨케어를 하는 동안, 남편은 알아서 밥과 마파두부 양념을 그릇에 덜고 테이블을 세팅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던지.


남편이 차려 준 첫 저녁 식사.

마파두부 덮밥을 바라보니, 부엌에서 어색하고 서툰 모습으로 서 있던 남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남편이 만들어 준 마파두부 덮밥은 정말 맛있었고, 남편 역시 본인이 만든 첫 마파두부가 마음에 드는지 잘 먹었다.


퇴사 후에는 요리와 집안일은 모두 내 것이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강박으로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외식이나 배달음식 대신 집에서 요리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죄책감 없이 종종 한 끼 정도는 남편에게 맡겨보려 한다.


그렇게 혼자 붙잡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우리 일상도 조금 더 가벼워지면 좋겠다.

주말에 한 끼만 부탁해, 남편.


2025.12.21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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