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져도 괜찮아

오늘은 루틴보다 컨디션

by 김우드

간절히 기다렸던 주말이었다. 이번 주는 지난 주말 시할아버지 장례식 이후 맞이한 한 주였고, 세 번이나 외출을 했다. 남편은 내내 야근을 하는 바람에 함께 저녁 식사 한 번 하지 못했고, 피로는 쌓일 대로 쌓여 있었다.


오늘도 남편이 먼저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는 인기척에 잠에서 깼다. 아침 9시. 날이 좋은 날에는 커튼을 뚫고 들어온 노란빛에 침대 앞 고재 가구의 결이 민낯처럼 또렷이 드러나지만, 오늘은 밤처럼 어두웠다.


느지막이 일어나 최근에 구매한 팥 어깨찜질팩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어깨에 올렸다. 은은하게 퍼지는 팥 향기와 적당한 온기가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아침으로는 전날 완성된 두유 그릭요거트에 블루베리와 그래놀라를 얹고, 계란과 간단한 샐러드를 곁들여 먹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함께 분리수거를 한 뒤 남편과 산책을 다녀왔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 침대에 누워 예능을 보며 쉬기로 했는데, 둘 다 노곤노곤 잠이 쏟아졌다. 어느새 저녁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남편은 먼저 잠이 들었고, 평소 같았으면 혼자 일어나 책을 읽거나 블로그 포스팅을 하며 잠을 쫓았을 나였다. 제때 저녁을 차려 먹기 위해 알람이라도 맞췄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땐, 우리가 보다 잠든 ‘케냐 간 세끼’는 4화까지 넘어가 있었고, 시간은 밤 9시를 훨쩍 넘겨 있었다. 이미 저녁을 먹기에도 늦은 시간이었고, 남편도 그대로 더 자도록 깨우지 않았다.


규칙적인 일상과 루틴보다 오늘은 내 몸의 컨디션이 먼저였다.


이제는 내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느슨해진 일상에 아무런 죄책감 없이 조금씩 적응해 가는 중인 것 같다.


2025.12.20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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