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치앙마이

by 김우드

치앙마이 여행 두 번째 날.


호텔 조식이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나가는 우리지만, 늦게 일어나는대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알람을 맞추지 않았다. 7시 반쯤 눈을 뜨고, 오전 8시 30분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선선하다 못해 쌀쌀하게 느껴지는 아침 공기에 깜짝 놀랐다. 아니 반가웠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신혼여행을 왔던 2022년 11월, 치앙마이에서 느꼈던 그 아침의 공기였다.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야채볶음과 달걀 요리 위주의 조식은 간단하면서도 건강하게 아침을 챙길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아침을 먹고는 2023년 치앙마이 한 달 살기 때부터 다니던 네일샵으로 향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 아침 산책 겸 걸어가보기로 한 것이다. 원래 태국 날씨라면 무조건 택시를 탔겠지만, 이 사랑스러운 12월 건기의 날씨 덕분에 아무리 걸어도 지치기는커녕 기분이 좋아졌다. 한국에서 처서가 지나고 느낄 수 있는 여름밤의 선선함, 딱 그 느낌이다. 1.4km를 땀 한 방울 없이 걸었다.


한국에서는 네일이나 페디큐어를 받지 않지만, 태국에 오면 한 번쯤 받게 된다. 이 샵은 2023년, 2024년 모두 찾았던 곳이라 같은 직원이 있을까 은근히 기대했는데, 이번에는 모두 바뀌어 있어 조금 아쉬웠다. 작년 여름에는 1년 만에 방문했어도 같은 얼굴들이 있어 유난히 반가웠던 기억이 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늘 그렇듯 내 닉네임처럼 ‘우드우드’한 컬러를 골라 젤네일과 젤 페디큐어를 받았다. 한국 돈으로 5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발뒤꿈치 각질제거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돈을 내고도 돈을 번 기분이 든다. 바트 가치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저렴하게 느껴지는 태국의 물가.


점심 전까지는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카페 역시 두 번이나 방문했던 ’아카아마‘라는 카페.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이미 붐비는 와중에도 운 좋게 넓은 테이블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더티라떼를 주문했는데, 오일리하면서도 부드러운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적절한 배합에 먹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내가 바라던 그 여유, 그 순간이어서 더없이 행복했다.


치앙마이에 오면, 뭔가 특별한 걸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어느 주말처럼 평범하지만, 여행지라서 가능한 여유와 느슨함이 있다. 그 점이 좋다.


30분쯤 책을 읽고, 우리의 ‘2023년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시절 숙소 근처라 자주 갔던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 ‘The House Kitchen’. 놀랍게도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이곳에 오면 늘 시키던 팟타이에, 새로운 덮밥 하나를 추가했다. 남편은 다리에 모기를 물려 괴로워하는 모습마저 2년 전과 똑같았다.


나는 왜 늘 새로운 곳보다 같은 여행지, 같은 장소에서 큰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까. 때로는 위로까지 받는 기분이 든다. 시간이 흘러도 같은 장소에서 변함없이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고,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는 데서 오는 안정감. 몇 년째 찾아오는 우리만의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주는 특별함이, 그 안정감과 함께 공존하는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흑백요리사 시즌2’를 보다가 남편은 잠이 들고,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 여유로움이 마냥 행복하기보다 안도감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지난 2월 암 진단을 받고 ‘연말에 치앙마이에 못 오면 어떡하지’ 하고 슬퍼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곳에 와 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2025.12.26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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