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일상이 되는 도시, 치앙마이

숲 속에서 맞은 토요일 아침

by 김우드

새벽 6시 반, 서둘러 채비를 하고 택시를 불렀다. 초가을 같은 아침 공기를 맞으며, 여전히 어둠이 채 가시지 않는 거리를 달려 대나무가 가득한 ‘나나정글마켓’에 도착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7시부터 열리는 치앙마이의 주말마켓이다. 2년 전 한 달 살기 때 방문한 이후, 2년 반 만에 다시 찾았는데 오픈 시간부터 더 많은 셀러와 관광객들로 붐볐다. 매연으로 가득한 시내에서 고작 15분 벗어난 공간인데, 맑은 공기에 오랜만에 콧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나나정글마켓에서 남편이 가장 기다린 건 이끼가 가득한 연못에 자리 잡은 베이커리였다. 도착한 시간이 7시 10분이었는데, 우리가 받은 번호는 22번. 기다림 끝에 수많은 빵들 앞에 선 우리는 욕심을 내려놓고 딱 네 가지를 골라 계산했다. 브리오슈, 바게트, 아몬드 크루아상, 그리고 까눌레.


근처에 있는 홈메이드 피넛버터를 시식한 뒤, 생각보다 훨씬 깊은 맛에 놀라 순식간에 두 병을 구매했고, 생 카카오를 중탕해 핫초코를 만들어주는 곳에서 따뜻한 핫초코를 한 잔 샀다. 단 맛은 거의 없고, 진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태국 사람들이 아침으로 즐겨 먹는 ’Congee’라는 태국식 죽과 ‘까이 끄라타‘라는 계란 요리를 주문해 자리를 잡고 아침 식사를 했다. 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번지고, 여전히 선선한 공기 사이로 잔잔한 음악이 들리는 이 아침을 모든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치앙마이 사람들은 너무 낭만적이야.”

아침을 먹으며 남편에게 했던 말.


작은 숲 속에서 단돈 3천 원으로 즐기는 식사가 주는 낭만. 이런 낭만을 일상으로 누리는 치앙마이 사람들이, 그저 부러웠다.


2025.12.27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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