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바트의 낭만

3년째 같은 자리에서

by 김우드

오늘은 치앙마이 최대 야시장, ‘선데이 마켓‘이 열리는 일요일이다. 올드씨티를 가로지르는 중앙의 큰 길을 통제하고, 그 길을 따라 수많은 상점과 먹거리가 늘어선다.


우리 부부는 2년 전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중 선데이마켓을 찾았다가, 우연히 한 골목길에서 노천 와인바를 발견했다.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 몇 개를 내놓은, 소박한 공간이었다. 직접 만든 와인을 판매하던 그곳에는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리치, 딸기 같은 과일 와인들이 있었다. 습도가 높아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던 5월이었지만, 분위기에 이끌려 자리를 잡고 앉아 와인을 주문했다. 함께 먹을 음식은 주변 노점에서 사 와도 되는 곳이었다.


지금까지도 한 달 살기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남아 있는 그날. 고급스럽거나 세련된 공간은 아니었지만, 야외 노상 와인바에서 60바트, 단돈 3천 원짜리 와인 한 잔에서 느껴지는 낭만은 값을 매길 수가 없었다. 투박함 속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그곳에서만 가능한 분위기.


그 분위기를 잊지 못해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더 들렀고, 작년 여름휴가로 치앙마이를 찾았을 때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우리는 이곳이다.


암 수술 이후 건강을 회복하며 와인은 가끔 한 잔씩 마셔왔지만, 오늘만큼은 두 세 잔쯤 스스로에게 허락하기로 했다.


역시 같은 자리, 같은 사장님께 나는 리치 와인을 한 잔 주문하고, 콘치즈포테이토를 사 왔다. 남편은 꼬치 몇 가지와 수박 주스를 사왔다.


3년째 같은 장소에서 이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순간 울컥했지만, 남편에게 들키지 않으려 괜히 다른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삼켰다. 몇 번이나 눈물이 나려 했지만, 잘 참아냈다.


“남편, 우리 여기 3년 연속 왔어.”

”내년에도 오자.“


치앙마이는 나에게 그런 곳인 것 같다.
우리가 살아 있음을, 우리의 삶에 아무 일도 없음을 조용히 확인시켜 주는 곳.


2025년의 마지막 일요일.
2023년 5월에 느꼈던 그 낭만을 그대로 다시 느끼며, 내 삶이 아무 일 없이 흘러가고 있음에 안도했다.


2025.12.28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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