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농부악학공원에서

by 김우드

치앙마이 올드시티에는 ‘농부악학공원’이라는 도시공원이 있다. 지난 세 번의 치앙마이 여행 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꼭 가보겠다고 마음먹고 피크닉 매트까지 한국에서 챙겨 왔다.


농부악학공원에서는 매일 아침 무료 요가 수업이 열리고, 운동기구와 러닝트랙도 잘 갖춰져 있다. 공원 중심의 연못에서는 분수가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고, 연못 주변 잔디밭에는 돗자리를 대여해 쉬는 사람들, 혹은 아무것도 깔지 않은 채 잔디 위에 누워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도 연못 근처 잔디밭에 돗자리를 폈다. 막상 앉아보니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 결국 20밧에 돗자리를 하나 더 빌렸다. 돗자리에 나란히 앉아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해 온 커피와 직접 챙겨 온 디저트를 나눠 먹었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한낮이었지만,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나무 그늘 아래에 있으니 전혀 덥지 않았고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각자 가방을 베고 누웠다. 이렇게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하늘을 바라본 게 얼마 만인지. 사실 돗자리 위를 기어 다니는 개미가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이곳에서는 괜히 유난을 떨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금세 잠이 들었고, 나는 옆에서 가져온 책을 읽었다. 책 너머로 펼쳐지는 초록의 물결에 자꾸 시선이 빼앗겼고, 기분 좋은 새소리에 집중이 흐트러졌지만 그것조차 나쁘지 않았다.


이번 치앙마이 여행에서 이 순간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 만큼, 그 시간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우리 근처에는 수영복 차림으로 잔디에서 태닝을 즐기는 서양인 중년 부부가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젊은 서양인 무리가 함께 요가를 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현지인들이 잔디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맨발로 잔디를 밟고, 그대로 눕는 그들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옷이 더러워질까 봐, 벌레가 몸에 붙을까 봐 늘 주저하는 나와 달리 아무런 준비 없이 그곳에 앉거나 누워 시간을 보내는 분들을 보며, 나도 언제든 망설임 없이 잔디에 누워 이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미가 조금 몸에 붙는다고 해서 내 인생에 큰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나는 너무 많은 걸 먼저 걱정하며 살고 있었다. 그날의 치앙마이는, 나에게 조금 덜 예민해도 괜찮다는 걸 알려 주던 순간이었다.


2025.12.29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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