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보려는 마음으로
치앙마이에서 맞이한 2025년의 마지막 날 아침. 조식을 먹고 치앙마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 ‘Khagee’로 향했다. 오픈 시간인 9시에 맞춰 도착해, 3년 동안 늘 앉아왔던 자리에 앉았다. 평일 아침의 카페는 한산했고, 우리가 원하던 바로 그 분위기였다. 올해의 마지막 날을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보내고 있으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평소처럼 새해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이제는 새해 계획 대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 삶을 택하기로 했으니까.
치앙마이의 많은 카페 중에서도 나는 ‘Khagee’의 라떼를 가장 좋아한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에 반해 늘 원두를 사 가 한국에서도 그 맛을 떠올렸고, 오늘도 역시 원두를 하나 챙겼다.
며칠 전에는 타패 게이트 앞에서 열린 작은 무료 워크숍에 참여했다. 코끼리와 타패문, 썽태우처럼 치앙마이를 상징하는 도장을 엽서에 찍을 수 있는 워크숍이었다. 우리는 서로가 만든 엽서에, 오늘의 편지를 써주기로 했다.
매해 마지막 날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건 벌써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리만의 약속이다. 4×6 크기의 작은 엽서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나는 이렇게 썼다.
“이번 여행에서는 백발의 서양 노부부가 치앙마이를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둘이 손 꼭 잡고 올드시티를 걷고, 깟마니에 가고 그랬으면 좋겠어. 내 목표는 백발이 되어서도 꾸꾸랑 치앙마이를 여행하는 거야.”
남편과 함께, 건강하게 백발이 되어서도 치앙마이에 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때의 우리는 오늘을 30~40년 전의 기억으로 꺼내 보고 있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해야겠다. 내 두 발로 꼿꼿하게 걷고,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
나는 20대부터 허리와 목 디스크로 진통제와 근육 이완제를 달고 살았고, 올해는 암 진단까지 받았다. 그래서 늘 내 몸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이번 생은 틀렸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최근 친구와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다시 태어나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살아보려고.”
지난 35년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면, 앞으로의 35년은 나를 더 잘 아끼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지금의 나로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믿어보려고 한다.
P.S.
올해 한 가지 이루고 싶었던 목표가 있었다.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는 것.
오늘로써 브런치 100일 글쓰기를 마쳤다.
지난 100일간의 기록이 훗날
지금의 나를 다시 꺼내보게 해주는
조용한 단서가 되기를 바란다.
2025년, 안녕.
아프기도 했고, 많이 흔들렸지만
그럼에도 여기까지 나를 데려와줘서 고마워.
2025년 마지막 날 기록 끝.
@keemwood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