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지기 친구의 마지막 인사
삼 일 동안 시할아버지 장례를 치르며 마음에 오래 남은 장면이 있었다.
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날, 시할아버지의 휴대전화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모두 문상객을 맞고 계셔서, 내가 대신 그 전화를 받게 됐다.
"너네 아빠 죽었어?"
"아..저는 손주 며느리고요. 할아버지께서 오늘 돌아가셨어요.."
"알겠어."
짧은 통화였다.
전화를 건 분은 시할아버지의 친구분이셨다. 그리고 몇시간 뒤, 아흔이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한 모습으로 빈소를 찾으셨다. 시할머니께서 그분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준태씨가 할아버지 부랄친구야. 둘이 75년 지기야."
75년.
내가 살아온 시간을 한 번 더 살아도 닿지 못할 숫자였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 할아버지는 시할머니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시다 일어나셨다. 하지만 곧바로 나가지 않으시고, 다시 할아버지 영정사진 앞에 서시더니, "잘가라 임마." 그렇게 자리를 떠나셨다.
75년을 함께한 친구의 죽음 앞에서, 저렇게 초연하고 담담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분의 모습이 남편과 나에게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잘가라.'
만남 뒤엔 이별이 있다는 그 사실을. 어쩌면 당연한 이치를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다.
나도 언젠가 그렇게 담백한 인사로 이별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 나이에는 그렇게 될까.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