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주도를 간다. 잠에서 깬 시간은 5시 30분, 알람을 끄고 눈을 비비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집에서 공항까지는 40분, 내가 씻고 준비를 하는 시간 30분, 아침을 챙겨 먹는 시간 30분. 총 1시간 하고도 40분이 걸린다. 5시 30분에 1시간 40분을 더하면 7시 10분. 평소의 리듬으로 준비해서 공항에 발을 딛는 시간이다.
계산을 잘못했다. 그래, 가만 생각을 해보니 항공기 출발시각이 7시 20분이었다. 어젯밤 알람을 맞추며 공항 도착 시간과 비행기 출발 시간을 헷갈려 버린 것이다. 어쩌지. 일단 밥은 먹지 말자. 그래도 출발을 위해선 1시간 10분은 필요했다. 지금 당장 일어나 최고로 빠르게 준비를 하면 10분은 당길 수 있겠지. 6시 30분에는 도착할 수 있겠다고 판단이 섰다. 퀵실버 부럽지 않은 속도로 준비를 끝내고 짐을 챙겨 집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공항을 가면서 머리를 굴려보았다. 국내선 탑승 수속은 빠른 편이니까 여유 있지는 않더라도 탑승은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공항에 도착했다. 수하물을 맡기기 위해 내가 예약한 항공사의 카운터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모바일로 체크인을 했고, 생체 인증 등록을 했으니 나머지 수속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수하물을 부치는 일이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이야. 항공사 카운터에 도착하자 숨이 턱 막혔다. 내가 예약한 항공사만 줄이 똬리 튼 뱀처럼 늘어져 있었다. 대부분이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앳된 분들이 대기열 울타리를 넘어 길게도 줄을 서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근처에서 지도 중인 항공사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오늘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라고 했다. 다들 수하물만 부치면 된다며, 줄은 금방 빠질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
미칠 노릇이었다. ‘조금 기다릴 수가 없는데….’라는 말을 시작으로 내 사정을 설명했지만 직원분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라고만 말했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일단 그러기로 했다. 아직까지 비행기 출발까지는 40분 정도 남은 데다가, 정말 늦어지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정말 신기하게도 내 앞의 그 많던 학생들이 썰물 빠지듯 사라졌다. 놀라움과 존경을 담아 내 말이 맞지? 하는 직원분의 눈빛에 화답을 하고 수속을 밟았다. 게이트에 도착하니 7시 10분이었다. 하나 놀라웠던 건, 늦었다고 생각하며 허겁지겁 게이트로 달려온 나의 뒤로 더 늦게 도착한 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 세상에는 언제나 나보다 뛰어나신 분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BX8107 항공편을 타고 제주도를 향해 날아가는 중이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나’. 아무 계획 없이 그때그때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할 테다. 그게 내 계획이다. 옆 좌석 어머님들이 만들어 오신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이동 시간까지 자세히 적힌 일정표를 보며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