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1

by 세타필

제주도에 떨어져 수하물을 챙기니 시간은 8시 40분. 출출한 배를 에그드롭에서 달래고 예약 해둔 차를 빌리려 발걸음을 옮겼다. 시동을 걸고 카플레이를 연결 하니 드는 생각. 어디 가지…? 호텔 체크인은 6시간이나 남은 데다가, 배도 얼추 부른 상태였다. 책이나 읽는 게 답이다. 안그래도 여행 주제에 맞춰 ‘나‘에 대해 깊이 탐구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몇 권의 책을 사 온 상태였다. 총 5권을 교보문고에서 샀다. 아무리 생각해도 3권 이상을 읽지 못할 것 같았지만, 아무렴 어때. 김영하 작가님도 그러셨다. 책은 사서 읽는게 아니라 산 것 중에 읽는 거라고.


여행 동안 주로 머무를 애월로 향했다. 저번의 여행에서 해안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했던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는 애월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카페에서 책을 읽다 해안가를 보며 산책을 하고, 다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여유가 넘쳐서 흘러내리는 듯한 휴식을 가지고자 했다.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이번 여행 내내 일기예보상 날씨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착한 시점부터 하늘이 흐리더니, 운전하는 도중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제주도가 바람이 많이 분다는 건 알았지만 비도 많을 줄은 몰랐다. 아주 환상적인 날씨를 뚫고 카페에 도착했다. 그래도 막상 도착하니 날씨가 안 좋은 것쯤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여전히 제주도였다. 바다와 돌과 바람과 그로 이루어진 풍경까지. 흐린 제주도도 나름의 멋이 있었다. 한적한 카페에서 책을 읽다 창밖을 보면 넘실대는 파도와 흔들리는 야자수가 보였다. 폭풍우를 피해 나만의 작은 안식처에 도달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극의 주인공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괜찮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