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민 Oct 28. 2022

주근깨

나는 주근깨가 있다. 어릴 때부터 있었다. 눈 밑 가까운 부분부터, 코를 지나 반대편 눈 쪽까지 조그만 점박이들이 콕콕콕 박혀있다.


정확히 언제 내가 주근깨가 생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어릴 때 매일 밖에 나가 뛰어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얻어진 것 같다.


내가 주근깨의 존재를 인지한 이후 조금 불편한 일들이 생겼다. 당시 동네 친구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놀려댔다. 얼굴에 이상한 거 생겼다면서 막 그랬다. 사실 별일 아닌데 그때의 나는 어렸나 보다. 한날은 서러워서 울상을 하곤 어머니에게 달려가 투정을 부렸다. 친구들이 나를 놀린다고. 잠시 내 말을 들으시더니, 어머니는 당신도 주근깨가 있다고 하셨다. 주근깨가 내가 당신의 아들이라는 증거라고,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하셨다.

나이를 먹고 학교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교를 졸업할수록 교실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주근깨가 옅어졌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내가 주근깨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그때의 나는 그 점이 좋았다.

성인이 되고는 주근깨의 존재를 잊은 채 살 수 있었다. 어른들의 달콤한 거짓말과는 달리 대학에 들어가서도 시험이다, 뭐다, 정신없는 시간들은 계속되었고, 나는 남들 다 하듯 학점관리를 하고, 자격증 시험을 치고, 취직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어느 날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았는데 주근깨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 다시 생긴 걸까. 왜 나는 다시 생겼는지도 몰랐을까. 나비 모양으로 내 얼굴에 다시 찾아온 주근깨.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괜찮은데? 처음 든 생각이었다.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것. 나쁘지 않아 보였다. 나만의 개성이랄까. 아무나 가지고 있는 거 아니잖아. 이렇게 선명하고 예쁘게 박힌 주근깨도 흔치 않아. 맞아. 나는 앞으로 이걸 좋아하기로 했다. 아니, 계속 보다 보니 진짜 좋았다.

요즘 어느 자리를 가든 사람들이 내 주근깨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가 있다. 아무래도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게 얼굴이다 보니. 주근깨를 보며 외국인 같다며 놀라는 사람도 있고, 피부 걱정을 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피부과 시술이요? 아니요. 나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이건 우리 어머니가 주신 거거든요. 당신의 아들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 주근깨 잘 어울리지 않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바라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