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귀는 방법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표준 국어대사전에 나온 친구의 정의.
가만히 두 음절의 단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점차 낯설어진다. 아빠는 친구가 있었는데 없었다. 인천에서 태어나 이십 년을 살다가 서울에서 학교 다니다가 지방 1에서 군 생활을 하고 지방 2에서 회사생활을 이십 년 가까이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은 지방 3에서 살고 있다. 고향 친구들은 사총사라 부르며 늘 함께 했다. 공교롭게도 네 명이 각자 개성이 강했고, 이를 서로 다른 혈액형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거리낌 없이 어울리며 서로의 미래를 그리며 인생 상담, 연애 상담도 하면서 눈물도 흘리고 위로했다. 군대에서 휴가 나와 서로의 부모님께도 안부 인사드리던 우리들은 이제, 물리적 거리를 둔 채 시간이 쌓여갈수록 점점 연락도 뜸해져 갔다. 새해 선물이라도 보내던 것도 재작년이 마지막이던가. 그래서, 아빠는 친구 없냐는 아들의 질문을 들을 때면 머뭇거리다 대답한다. ‘있었지, 아니 있지.’
사총사를 떠올리면 있었고, 지금은 비록 회사 동료지만 책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며 오래 사귀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있다고 말한다.
아들은 말한다. ‘아빠 불쌍해’
그럴 만도 하다. 엄마는 친구가 많다. 남녀 구분 없이 아직도 연락하며 편하게 만나고, 심지어 아이 나이도 비슷해서 매년 함께 가족 여행을 다닐 정도다. 얼추 세어도 스무 명은 넘는 듯, 나와 비교하면 마당발이다. 아들이 보기에 회사와 집만 오가는 아빠가 이상해 보일 법도 했다.
금요일 저녁 아빠를 반기는 아들, 오늘은 집에 친구들을 데려와서 놀았다고 한다.
엄마 : 누구랑 놀았어?
아들 : 친구 두 명이랑. 아친 1, 아친 2.
엄마 : 아친 2는 처음 들어보는데? 같은 반 친구야?
아들 : 응. 친한 친구야.
아빠 : 아친 3이 절친 아니었어?
아들 : 아, 걔도 있는데 얘네들이랑도 친해.
궁금해진 엄마는 은근슬쩍 말을 꺼낸다.
엄마 : 아들은 어떤 애들을 친구로 사귀어?
아들 : 착한 애들.
엄마 : 누가 착한 애들이야? 나쁜 애들도 있어?
아들 : 나쁜 애들은 욕하는 애들. 쌍시옷 욕 있잖아.
아빠 : 아. 그렇구나. 아들은 친구 어떻게 사귀어? 아빠한테 알려줘.
아들 : 같이 있다가 그냥 친해져. 놀고 있다가 ‘나도 할래’ 하고 같이 놀기 시작해.
아빠 : 그런데 나중에 이름도 모르잖아.
엄마 : 가서 먼저 인사하는 것도 좋은데.
아들 : 엄마는 그렇게 하지만, 난 싫어. 그런데, 아친 4는 잘해. 하루 만에 친구 해. 그냥 가서 ‘우리 친구 하자~’ 그런다?
아빠 : 아들도 그렇게 하면 되잖아
아들 : 싫어.
아빠 : 아들도 엄마처럼 이렇게 어른이 돼서도 만날 수 있는 친구들 사귈 수 있겠어?
아들 : 아니.
아빠 : 왜? 엄마한테 친구 사귀는 방법을 물어보자.
아들 : 엄마는 너무 단순해. 엄마는 어딜 가면 모르는 사람인데도 인사해.
엄마 : 당연한 거야. ‘안녕하세요~’ 하고 함께 지내다 보면 친구가 되는 거지. 그런데, 물어보자. 아빠는 왜 친구가 없어?
아들 : 아빠는 인천 사람이니까. 인천에 친구가 있는데 여기 살고 있으니까 못 만나지.
아빠 : 그렇지. 인천 살다가 서울 살다가 이후에는 지방에서도 여러 곳을 옮겨 다니고 있으니.
아들 :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엄마 : 아들, 엄마 친구는 서울, 울산, 부산, 대전, 대구, 수원, 경주 등 다양한 곳에 있는데?
아빠 : 무슨 차이일까?
아들 : 여자들은 똑똑하잖아.
아빠 : ????? 이 무슨. 넌 스스로 남자가 멍청하다고 인정한 거냐.
아들 : 여자는 똑똑해서, 계획을 해서 말해주면 난 뚝딱 만드는 거야. 난 만드는 게 좋아.
아빠 :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왜 남녀 차별이야?
아들 : 난 만드는 게 더 좋은데? 난 계획하는 건 싫고 만드는 것 좋아~
아빠 : 그럼, 시키는 것 하는 게 좋다는 거야?
아들 : 만드는 것.
아빠 : 그러니까 누가 시킨 거지. 지시받는 걸 좋아한다는 건가?
엄마 : 왜 만드는 게 시킨 거야?
아들 : 지시받는다는 게 ‘물 따라와~’이런 거야?
아빠 : 응.
아들 : 아니, 만드는 게 좋다고 했지. 뭔 소리 하는 거야.
엄마 : 뭔 소리 하는 거야 아빠? 아빠가 이러니까 여자가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빠 : … 아빠가 그래서 친구가 없나 보다.
아들 : 친구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아빠 : 아빠는 알 것 같아! 엄마 주위에 사람들이 많잖아. 그건 엄마가 상대가 다가오기 쉽게 생겨서 그래. 친근감 있게? 불쌍하게?
아들 : 아빠가 더 불쌍해.
아빠 : 아빠 고민이야. 아들, 어떻게 하면 친구 많이 사귈 수 있어?
아들 : 게임하면 돼. 온라인으로 게임 친구하다가 만나면 돼.
엄마 : 아들이 생각하는 친구는 뭐야?
아들 : 꺼~억.
아빠 : 서로 말없이 트림으로 대화를 나누는 관계인 건가?
아들 : 같이 놀아 주는 애. 같이 게임하거나 뛰어놀거나.
엄마 : 같이 공부하면 친구 아니야?
아들 : 아니야. 절대 아니야.
엄마 : 같이 공부하면 친구가 아니라고? 너네 반애들 같이 공부하잖아.
아들 : … 아친 1, 2는 같이 놀기도 하는데… 음, 남자들.
엄마 : 하하, 여자들은 아니야?
아들 : 아냐. 3학년 때 여자도 있었어. 나한테 뭔가 많이 줬어.
엄마 : 아~ 혹시 아들이 생각하는 친구는 같이 시간을 보냈을 때 좋은, 즐거운 사람인가?
아빠 : 공부 말고? 그럼, 같이 재밌는 활동으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
아들 : 게임~ 아빠는 친구야.
엄마 : 아우… 그럼, 나이가 많아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거네.
아들 : 응.
아빠 : 맞아, 아빠는 아들의 영원한 친구야.
엄마 : 아빠는 아빠지. 친구 아니야.
아빠 : 아빠 친구? 친구 아빠? 친구인 아빠? 아빠인 친구?
엄마 : 아들, 친구는 절교할 수 있지만 아빠는 절교할 수가 없거든.
아들 : 혼내는 친구.
아빠 : 아들은 가장 친한 친구 있어?
아들 : 베스트프렌즈는 아친 3? 그런데 음, 다른 친구도 있어. 아친 1, 2, 4, 5도 순위에 들어가.
엄마 : 아빠는 누가 베스트프렌드야?
아들 : 나!
아빠: 아들은 그냥 같이 게임하면서 시간 보내면 친구네.
아들 : 응.
아빠 : 이런~ 단순한 초딩!
아들 : 아빠는 그냥 같이 일하고 같이 책 읽고 같이 글 쓰면 친구잖아. 구독, 좋아요 눌러주고.
아빠 : 헐, 아니야~! 팔로우를 하면 인친이지. 친구는 친구네… 그런데,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지?
아들 : 게임할 때 따봉 많이 날려주는 애.
엄마 : 그럼 아들은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야?
아들 : 난 게임 잘하는 애한테는 따봉 날리고 못하는 애한테는 엄지 아래로 내려.
엄마 : 그럼, 아들은 좋은 친구가 아니네.
아들 : 아니, 그 친구가 게임하다가 집중하지 않고 엉뚱하게 플레이하잖아.
엄마 : 아들, 현실 세계에서는?
아들 : 현실 세계에서? 그건 모르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빠 : 그렇네. 자신이 어떻게 알아.
아들 : 그런데 난 좋은 친구일 것 같아. 왜냐하면, 난 꼬시면 다 해주거든. 귀찮아서.
엄마 : 하하. 넌 왜 꼬시면 다 해주는데?
아들 : 거절해도 계속 똑같은 얘기 하면서 귀찮게 하잖아.
아빠 : 오~ 아빠, 아이스크림 사줘. 아빠, 장난감 사줘.
아들 : 컥컥. 아빤 아빠고.
아빠 : 뭐야. 왜 여기선 아빠야. 아까는 친구라며.
엄마 : 하하. 아들~ 아들이 싫으면 거절해야지. 확실히 거절해야지. 엄마는 항상 누구에게든 정확하게 말해. 해줄 수 있으면 해 주고 못할 것 같으면 못한다고 하고.
아빠 : 내가 보기엔 다 해주는 것 같은데?
엄마 : 아냐. 확실히 말해.
아빠 : 음… 아무리 봐도 아들의 거절 못하는 성향은 엄마를 닮은 것 같아. 엄마의 행동을 돌이켜 보면, 아무래도 엄마와 아들은 둘 다 호구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 같아.
엄마 : 그래서 네가 처맞는 거다. 그래서 아빠는 왜 친구가 없는 것 같아? 과연, 인천 사람이기 때문일까? 아들아, 아빠는 왜 친구가 없는 것 같아?
아들 : 아빠? 화내서.
엄마 : 아빠는 깐족대서야. 이렇게 남을 비하하다니. 너 글 쓸 때 되새김질하면서 잘 생각해 봐. 사람을 얼마나 열받게 하는지 알 거야.
아빠 : 그럼, 엄마. 친구는 뭐야? 어른으로서의 친구란? 문득 친구를 떠올리면 우리는 어린 시절의 친구를 떠올리잖아. 어렸을 때부터 나를 잘 알던 친구. 그런데 지금 이 나이 돼서 느끼는 친구는 뭔가 다르잖아. 성인이 된 이후의 친구들 말이야.
엄마 : 왜 달라? 뭐가 달라?
아빠 : 조금 따지게 되잖아. 어렸을 때는 조건이 없었어.
엄마 : 그게 친구 없는 사람의 특징인 것 같아. 예를 들어, 이곳에 와서 새로 친하게 지내는 엄친 2는 친구일까 아닐까? 그리고 엄친 3은?
아빠 : 둘 다 친구 아니야. 같이 봉사활동을 하는 거지, 친구는 아니지.
엄마 : 엄친 2는 같이 밥도 먹고 술 한잔 하면서 남편 흉도 보고 하는데, 왜 친구가 아니야. 그런데, 엄친 3은?
아빠 : 그럼, 그쪽도 친구… 조금 애매한데? 이모뻘인데.
엄마 : 맞아. 엄친 3은 달라. 엄친의 태도가. 무슨 일이 있었냐면, 밤늦은 시간에 엉뚱한 곳에 내렸어. 깜깜하고 아무도 없는 곳이었는데, 당시에 단톡방에 전혀 무관한 일 이야기를 했어. 당연히 늦은 시간이고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던 이야기라 다들 대답이 없었지. 그런데, 알고 보니까 당시에 무서워서 누군가가 대화 상대가 되어주길 원했던 거래. 결국엔 다행히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는 거지.
아빠 : 그건 좀 이상한데.
엄마 : 그렇지. 나중에 단톡방에 있던 분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하는 말이, ‘그냥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하지. 이런 일이 있으니 데리러 와달라’고. 그럼 누가 안 데리러 가겠어? 그게 무슨 어려운 일이라고. 그런데, 그분 이야기는 밤 10시가 넘었기 때문에 미안해서 전화하기 어려웠다는 거야. 그게 뭐가 어려워?
아빠 : 나 하나 깨달았어. 자신에게 빈틈이 있어야 되고, 빈틈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드러내야 돼.
엄마 : 맞아. 독서모임에서 하는 말이 있었어. ‘폐를 끼치자’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계란 배달시켰는데 부재중이야. 언니 가져가서 드세요’ ‘애가 아프고 울고 있어. 그럼 선생님, 아들 좀 잠깐 봐주세요’ 할 수 있지.
아빠 : 그런 인간적인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공적인 관계가 기본이라서 그런 부탁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어.
엄마 : 그 거부감이 있으면, 친구가 아니라는 선을 내가 그어버린 거지.
아빠 : 그럼, 친구의 한 요건은 이거네. ‘여백이 있어야 되고, 쉽게 부탁해서 채울 수 있어야 하네’
엄마 : 자, 나는 네가 그 말을 어떻게 활용할지 알아.
아빠 : 나는 여백이 없어. 완벽하니까.
엄마 : 그래서 네가 친구가 없는 거야. 네가 여백이 없어서 친구가 없는 게 아니라, 여백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너는 친구가 없는 거야.
아빠 : 완벽해서가 아니고?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
엄마 : 넌 재수가 없는 거지.
아빠 : 그럼 어떻게 하지. 그럼 나사 좀 몇 개 뺄까? 머리에서.
엄마 : 넌 이미 몇 개 빠져 있어.
아빠 :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야.
엄마 : 넌 이미 빠져 있는데, 빠져 있는 걸 몰라. 그게 굉장히 큰 구멍이야.
아빠 : 아, 구멍. 이제 알았어.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나사를 찾아 끼워야 하나?
엄마 : 뭘 어떡해? 그냥 다시 태어나야지.
아빠 : …
아들이 혼자 놀고 있다가 빵 터진다.
아빠 : 아들, 에어컨 좀 틀자. 왜 이렇게 덥지.
엄마 : 그럼, 아들은 아빠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
아들 : 아빠는 그냥 조용히 있다가 친구가 물어보는 것만 답하면 돼.
아빠 : 또야? 조용히 있기. 화날 때도 친구 사귈 때도. 만능 해결책이네. 그런데, 나한테 먼저 와서 말하는 사람이 없어. 나쁜 의미로 빈틈을 안 주나 봐.
엄마 : 아냐.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 번째는 그런 빈틈을 안주는 것도 있지만, 두 번째는 뒷모습만 봐도 쓰여있어. ‘한 대 때려주세요’ 그런데 사회 생활 하는 성인들인데 때리면 안 되잖아. 그래서 다가가지 않는 거야.
아빠 : 좋았어. 친구 사귀기 첫 번째 솔루션!
엄마 : 다시 태어나기?
아빠 : 아니, 여백의 미.
엄마 : 아냐. 그건 여백이 아니야. 솔직해야 되는 거야.
아빠 : 여백을 만들어서 친구로 채워 넣을 공간이 있어야지. 나처럼 이것저것 수많은 관심사로 꽉 채워져 있으면 친구가 필요 없어. 나 혼자 쓸 시간도 없어.
엄마 : 그럼, 자기는 친구가 없어도 되는 사람인 거네. 아들은 친구가 필요해?
아들 : 응. 꼭 필요해.
엄마 : 왜?
아들 : 안 그러면 엄마가 집에서 공부만 하라고 하니까.
아빠 : 친구가 아니라 핑계 수단이네. 밖에 나갈 수 있는 핑계. 레고방이나 놀이터 같은 역할?
아들 : (고개 끄덕)
아빠 : 그럼, 엄마는? 엄마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친구 만나는 것이나 놀러 갔다 오는 것이나 기본적으로 같은…
엄마 : 나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살다 보면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니까. 내가 도와줄 수도 있고, 그가 날 도와줄 수도 있지. (흥얼거리는 아들을 보며) 아들~ 친구 없이도 혼자 잘 노는데? 그리고 너 엄마가 공부하라고 해도 안 하고 놀잖아.
아빠 : 공부하라는 이야기 안 하면 친구가 필요 없는 거네. 아들~ 대박. (아들은 들은 체도 안 하고 흥얼거린다)
엄마 : 생각해 보면, 나도 단짝은 없어.
아빠 : 단짝이 있으면 오히려 친구의 수는 적은 경우가 아닐까. 엄마는 넓게 아는 거지. 내가 보기엔 그래. 엄마는 불쌍해 보여. 관상적으로 관심과 배려를 주고 싶은.
엄마 : 그래서 내가 아빠에게 기분이 나빠. 누구도 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빠 : 난 그렇게 생각해. 우리 와이프, 내가 항상 미안하거든. 더 잘해주지 못해서.
엄마 : 그게 다른 거야. 미안한 것과 불쌍한 것은 다른 거야.
아빠 : 불쌍해. 뭔가 해주고 싶어. 뭔가 먹이고 싶어.
엄마 : 내 친구들은 날 대단하다고 생각해. 아등바등. 친구들은 그래서 내가 부탁을 해도 도와주려는 거야. 아무 때나 부탁하는 게 아니거든.
아빠 : 뭐가 대단해? 뭐가.
엄마 : 내가 너랑 살고 있잖아.
아빠 : … 좋아. 친구 사귀기의 첫 단계! 솔직함. 그런데 무엇을 솔직해야 하지? 난 이 모습이 솔직한 건데.
엄마 : 자기는 빈틈이 많은데, 스스로 빈틈이 없네, 완벽하네 하면서 객관화가 안 되는 거야. 이런 걸 메타인지가 떨어진다고 하는 거야. 메타인지는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고 인지하는 것을 말하거든? 자기는 그게 떨어지는 거야.
아빠 : …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메타인지 나도 알거든.
엄마 : 아니, 난 솔직히 말하는 건데?
아빠 : 아, 난 그 솔직함을 싫어하네.
엄마 : 넌 솔직함을 싫어하는 게 아니고 널 까내리는 걸 싫어하는 거야.
아빠 : 난 너의 솔직함이 싫어!
엄마 : 자 정확히 말해줄게. 자기는 솔직한데, 메타인지가 떨어져.
아빠 : …
아빠 : 친구 사귀기의 두 번째 요건은 뭐야? 내가 나서기?
엄마 : TPO에 맞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 돼. 매너 있게.
아빠 : 세 번째 요건은?
엄마 : 아니, 친구를 사귀는 데 그런 걸 왜 따지지?
아빠 : 어릴 때와 성인이 될 때 뭔가 다르니까. 그리고, 이미 엄마는 친구가 많고 아빠는 거의 없으니까.
엄마 : 상황이 바뀌어도 그대로 받아주기.
아들이 음료수를 꺼내러 냉장고 쪽으로 온다.
엄마 : 아들아, 들어보니 왜 아빠가 친구가 없는 것 같아? 엄마는 왜 친구가 많고? 아들이 정리해 줘.
아들 : 음… 아빠는 쉬운 일을 엄청 어렵게 만들어. 엄마는 일이 많은데 힘들어도 열심히 하고 속으로만 짜증 내. 아빠는 드러내면서 짜증 내.
엄마, 아빠 : 오, 역시.
이때, 아빠는 대화를 정리하여 AI에게 친구에 대해 묻는다.
친구란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은 순간뿐만 아니라 어려운 순간에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존재. 친구란, 빈틈을 보일 수 있을 만큼 서로 신뢰하고 편안한 관계이며, 솔직함이 중요한 요소인 소중한 존재예요. 친구 사이에서는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꼭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 것 같아요. 친구라는 개념은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고, 감정을 나누는 관계에 대한 것이니까요. 동물, 인공지능, 혹은 심지어는 어떤 물건이나 장소와도 그런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그 관계에서 느끼는 마음과 연결이겠죠.
사실, 인간관계나 친구 관계에서 어떤 목적이나 필요에 의해 맺어지는 경우가 많을 수도 있죠. 하지만 진정한 친구 관계는 단순한 '이용가치'를 넘어서 서로의 존재 자체를 가치 있게 느끼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물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도움을 받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인 경우가 많죠. 친구 관계는 이익을 얻기 위한 거래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친구가 많고 오래된 관계를 유지하는 건 참 소중한 일이지만, 친구의 수나 관계의 길이가 꼭 행복의 척도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필요나 선호는 다를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소수의 깊은 관계를 더 선호하기도 해요. 또, 인생의 특정 시기에 자연스럽게 친구가 줄어들기도 하죠. 중요한 건 본인이 진정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친구와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가 아닐까 싶어요.
엄마 : 드디어 명확히 알았어. 아빠와 엄마의 차이를. 아빠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신뢰하지 않아.
아빠 : 그렇네. 맞아. 내가 자주 이야기 했던 게 생각나네. ‘사람 조심하라고. 호구된다고’
우리는 마라톤 같은 인생에서 나이를 들어가며 여러 구간을 뛰어간다. 친구란 서로 다른 구간들마다 우연히 함께 나란히 뛰던 사람일지 모른다.
우리는 함께 뛸 뿐이며 말을 건네는 것은 용기와 관심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