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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사이 Sep 08. 2024

감정(Emotion)에 대하여

아빠는 버럭이 100명

책을 읽다 보면 책에게 잡아먹힐 때가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꼼꼼하게 파헤치며 신랄하게 지적하는 책을 읽던 중,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며 한숨을 쉰다. ‘젠장’.

문득, 아이와 마주치니 감정이 새어나간다.

“아껴 써”


아빠는 점심에 과식한 탓인지 체하고 말았다. 엄마는 결국 아빠를 두고 마트에 간다. 아들은 따라간다고 한다.

2시간 남짓 지났을까. 현관 도어록 버튼을 누르는 소리에 아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빠는 미안함에 서둘러 물건을 넘겨받는다. 엄마는 아빠 상태를 묻고, 아들은 ‘이건 내 거’라며 커다란 과자 한 봉지만 집어든다. 엄마는 냉장고 앞으로 옮긴 물건을 정리하고, 아들은 화장실에 들어간다. 아빠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시작한다.


엄마는 아빠에게 말한다.

엄마 : 아들에게 떡볶이 먹고 오자고 했더니, 신나게 자리 잡으러 가더라고. 그런데 자리가 없다는 거야. 그래서, 포장해서 집에 가서 먹자고 했지. 아니 그랬더니, 아들이 뭐라고 했는 줄 알아?

아빠 : 내가 어떻게 알아, 뭐라고 했어?

엄마 : 먹자고 했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애가 갑자기 안 먹겠다는 거야. 왜 그러냐니까, 아빠가 싫어한다고.

아빠 : 응? 나 그 떡볶이 정말 좋아하는데.

엄마 : 아니, 아빠가 아껴야 된다고 해서 외식 안된다고 하는 거 있지. 포장해서 가면 아빠가 화낼 거래. 오늘 김말이 두 개도 서비스였는데 말이야.

아빠 : 응? 아… 음…

엄마 : 또 애한테 뭐라고 했지? 먹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지 말라 했어 안 했어?

아빠 : 내가 먹는 것은 뭐라고 안 하지.

엄마 : 아무리 봐도 이상해. 아빠 혼자 두고 왜 엄마 따라 같이 마트 가냐고 물었더니, 아빠랑 있으면 불안하다는 거야. 매번 싸운다고.


아들이 화장실에서 나온다.  

엄마 : 아들~ 아빠 머릿속에서는 누가 조종하고 있어?

아들 :  버럭이 100명, 까칠이 50명, 슬픔이 3명, 기쁨이 0명

아빠 : 오늘 약을 안 먹어서 그래.

엄마 : 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똑같네. 문제는 언제 버럭 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거지.

아빠 : 약 용량을 늘려야 되나… 엄마는 어때?

아들 : 엄마는 음. 기쁨이 3명, 음… 성실이? 엄마는 일이 있으면 새벽까지 일하니까.

아빠 : 아빠야말로 성실이 100명인데…


픽사 영화 <인사이드 아웃 1>에 기쁨이(Joy), 슬픔이(Sadness), 버럭이(Anger), 까칠이(Disgust), 소심이(Fear)가 있었다면,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인간 로봇(?) 라일리가 사춘기가 되면서 불안이(Anxiety), 당황이(Embarrassment), 따분이(Ennui), 부럽이(Envy)가 새롭게 합류한다.


엄마 : 엄마는 왜 기쁨이 100명이 아닐까나? 엄마는 늘 긍정적인데 말이야. 아들은 어때?

아들 : 난 불안이 100명, 버럭이 3명, 기쁨이 1명…

엄마 : 아들은 불안이가 100명이나 돼? 왜 불안이가 많아?

아들 : 몰라.

엄마 : 아빠의 버럭이가 아들을 불안하게 하는 건가? 말도 안 되는 화도 내고, 뜬금없이 다그치고.

아빠 : 음… 할 말은 없네. 엄마 말대로 아빠 때문에 불안한 거야?

아들 : (고개를 끄덕이며) 몰라.

아빠 : 미안하다, 아들. 어떻게 하면 아들 마음속의 불안이가 잠들까? 이거 설마, 또 지난번처럼 입 다무는 것이 답일까?

엄마 : 그것도 답이지만, 이건 갑작스러운 버럭이 때문인 거잖아.


아들은 거실 테이블로 가서 학습지를 펼친다. 오늘 분량을 다하고 만화를 볼 요량이다.

아들 : 나 여기까지 하면 만화 보여줘요.

아빠 : 아들~ ‘피할 수 없으면?’

아들 : ‘맞아라!’

아빠 : ...그.. 그렇기도 하지.


아빠는 엄마에게 묻는다.

아빠 : 그럼, 모든 감정이 잠들 때가 기본 상태(디폴트)이자 평정심, 당신이 메모장에 써붙인 보리심 상태인 건가?

엄마 : 기쁨이가 Happniss에 가까우니까, 기쁨이가 조종간을 잡는 것이 디폴트 아닐까?

아빠 : 우린 감정과 이성을 구분하니까, 모든 감정이 잠든 상태가 이성적인 상태겠네. 이성이라는 인간지능이 맡는 자율주행 모드? 꽤나 철학적이네.

엄마 : 맞아. 이 영화가 그런 면에서 꽤나 깊은 철학적 화두를 던진다고들 해.

아빠 : 아들~ 영화에서 엄마 아빠는 마음속이 어떤 모습으로 나와?

아들 : (집중하던 아들이 짜증 섞인 말투로) 엄마는 감정들이 옆으로 늘어서서 똑같이 각자 조종대 잡고 앉아 있어. 아빠도 엄마랑 같은데, 다 같이 앉아 축구를 보고 있고.

아빠 : 아하! 어른들은 감정이 치우치지 않고 일렬횡대로 앉아서 힘의 균형을 이룬 상태네. 그럴싸해. 감정의 부재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균등함이 이성이 나타나는 조건이 되는 건가? 어렵네.

엄마 :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상태가 디폴트인 사람을 어른이라고 본 거지.

아빠 : 칸트의 이성이냐 흄의 감정이냐. 일단, 영화는 흄을 지지하는 건가. 이성은 감정의 노예닷!

엄마 : 또또또.

아빠 : 어쨌든, 왠지 <철학의 발견> 장건익 박사님이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이겠구만.


아들이 학습지를 풀다 말고 엄마와 아빠가 있는 식탁으로 다가온다.

아들 : 공부가 잘 안돼. 왜 이렇게 놀고 싶지?

아빠 : 아들~ 울 아들은 아빠의 버럭이 말고 또 불안한 게 있어?

아들 : 영어 시험. 다음날 시험이면 너무 불안해.

엄마 : 그건 답이 있지. 전날까지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준비해 놓고 자면 되잖아.

아들 : 그래도 불안해.

아빠 : 흠. 일단 아빠도 영화 속 라일리 부모님처럼 어른이 되어 볼게. 감정 조절. 영어는 나도 모르겠다. 그건 엄마에게 패~스.

아들 : 아, 몰라. 나 아빠랑 같이 게임하고 싶어.

엄마 : 안돼. 너 할 것 다할 때까지 안돼. 알지?

아들 : …

아빠 : 시켜줘라~ (잠시 고개 숙인 아들이 눈을 반짝인다)

엄마 : 너네 둘 다 맛 좀 볼래?

아빠 : 깨어났다. 엄마의 버럭이! 아들~ 봤지? 엄마도 버럭이가 있다고.

아들 : 아냐. 버럭이는 아빠한테만 보여.

아빠 : 뭐뭣? 이 배신자. 엄마~ 그런 거였어. 감정들은 상대방에 따라서도 달라져. 서로 다른 가면. 그럼, 아들과 아빠에게 다르게 나타나는 이중인격자?

엄마 : (아빠에게 다가가며) 아닌데? 원래 있는데, 너한테만 나오는 거지.

아빠 : 으억! 아들! 엄마 버럭이 좀 재워줘!

아들 : 싫은데. 나 공부할래.

아빠 : 엄마! 이거 이거… 으… 맞아. 노소차별이야!

엄마 : (꼬집은 손가락에 힘을 더 세게 준다)

아빠 : 아악. 내일은 꼭 먹고 말 꺼야. 파. 란. 약.


파란 약은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선택하지 않은 약이다.  

그것은 우리가 현실이라고 착각하는 세상 곧 환상이자, 편안하고 안정된 삶의 약속!

즉 ADHD약이다.


레빈은 삶이란 이성과 감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_ 안나 카레니나


감정이 이성에 앞서기 때문에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논리는 올해 초 읽은 장건익 박사의 <철학의 발견>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버럭이가 지배하던 아빠였다.

광기란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 안의 미노타우루스는 분명 불사신이다. 겨우 재울 수 있을 뿐이다. 약이든 잠이든 침묵이든 뭐라도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아들의 세상은 오늘도, 생각 없이 내뱉은 아빠의 말 한마디에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아는 것은 지식이요, 알고 이치에 맞게 행하는 것은 지혜이니, 기쁨이와 버럭이와 같은 감정들이 어깨를 마주하고 나란히 앉아 평화롭게 경청하고 소통하는 것이 바로 지혜를 갖춘 어른의 소양이자, 교양일 테다.


어쩐지 오늘도 아빠만 교양을 배운다.

다음에는 엄마와 아들을 중심에 세우리라…

아빠 : 아~ 졸리다~ 모두 잡시다!


아들의 ‘불안’을 줄이고 아빠의 ‘버럭이’를 재우기 위한 방법을 AI에게 묻는다.

1. 아들의 불안이(Anxiety)를 줄이는 방법
    아들의 불안은 주로 영어 시험과 같은 학업 스트레스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모의 기대감이나 자신의 성취 욕구, 혹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1.1 준비를 통한 자신감 향상
   - 체계적인 공부 계획: 시험 전날까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좀 더 장기적인 학습 계획을 세워 일주일 전부터 작은 목표를 세워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험 직전의 긴장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모의 시험 경험: 실제 시험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모의 시험을 보는 연습을 하면 불안감이 줄어듭니다. 아들은 시험을 앞두고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1.2 부모와의 대화와 감정 공감
   - 불안에 대한 대화: 아들의 불안을 인정하고 그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화할 때는 아빠나 엄마가 그저 조언을 주기보다 감정을 들어주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 응원과 격려: 아들의 노력을 칭찬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응원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와 상관없이 넌 잘했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1.3 심리적 안정 방법
   - 호흡 및 마음챙김 연습: 시험 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간단한 호흡법이나 마음챙김 명상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연습은 긴장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 긍정적 상상: 시험에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상상법도 좋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 홀가분한 기분을 상상해보도록 유도하세요.

2. 아빠의 버럭이(Anger)를 재우는 방법
 아빠의 버럭이는 감정 조절의 문제로 보이며, 그 원인은 일상 속 스트레스나 피로, 혹은 자기 관리의 어려움에서 기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노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2.1 스트레스 관리
   - 자기만의 시간 확보: 아빠가 가족을 돌보며 느끼는 스트레스가 클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돌볼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미나 운동, 산책 같은 시간을 규칙적으로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 명상과 이완: 짧은 명상이나 이완 운동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찾는 방법도 좋습니다. 특히, 불필요한 분노가 생길 때는 잠시 심호흡을 하며 자기 감정을 가라앉히는 훈련을 반복하면 효과적입니다,
  2.2 버럭이 예방을 위한 의사소통 방법
   - 화가 나기 전에 경고 신호 인식: 아빠는 버럭이 올라오기 전에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미리 신호를 알아차릴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날 조짐이 보이면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자리를 떠나거나 깊은 숨을 쉬며 감정을 가라앉히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아빠가 화가 난 이유를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 잠시 혼자 있고 싶어"와 같은 말로 미리 대화를 통해 갈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2.3 가족의 지원
   - 엄마와의 협력: 엄마가 아빠의 감정 기복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화를 유도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때때로 아빠가 감정적으로 불안정할 때 이를 엄마가 인식하고 먼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 아이와의 협력: 아빠가 아이와 대화를 통해 화를 내지 않으려는 노력을 인정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들에게 아빠의 감정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임을 설명하고, 때로는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2.4 전문가의 도움
   - 상담 및 코칭: 때때로 분노 조절이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전문가와 상담하여 분노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상담이나 코칭을 통해 실질적인 감정 조절 기법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종합적인 접근>
아빠와 아들은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빠가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아들이 불안감을 표현하는 데 자유로워지면,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이 한층 더 원활해질 것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을 나누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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