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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사이 Jul 08. 2023

화학물질은 결국 성공한 것, 과학자를 맹신하지 마라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지음/김은령 옮김)을 읽고

살충제와 같은 화학물질의 오남용이 생태계를 순환하여 인간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 정도는 초등학생도 안다. 그런데, 지난 2세기 동안 문명개화를 이룬 과학기술, 산업우월주의 속에서 누구도 쉽게 지적할 수 없었다. 기업 자본과 결탁한 권력도 이유지만, 과학계 역시 ‘진보’ 중심의 인기분야에 집중할 뿐 넓은 시야의 통합적인 접근은 요원했다. 그렇기에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자연과 문학을 사랑한 여성 과학자가 만들어낸 유익한 변종이자 통섭적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무분별한 화학물질 살포가 야기한 수많은 사례들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미국 농무부 산하의 부처별 소통 단절 및 실적주의, 기업에 편향된 과학자, 무분별한 홍보, 무지한 주민들 등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 과학계의 ‘내부 고발자’로서, 자신의 넓은 책상과 지폐 더미만을 지키려는 공무원과 과학자의 살기 띤 공격을 상상하면, 카슨의 고독은 누구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여성 과학자였던 카슨에 대한 비방을 보니, 문득 『이중나선』의 제임스 왓슨이 로절린드 프랭클린을 어떻게 나타냈는지가 겹쳐져 더욱 씁쓸하다.


과학만능주의가 인간의 ‘편의’를 넘어, 인간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원폭에 의한 방사능 피폭은 쉼 없이 돌진하던 과학자들을 망연자실하게 했다. 비로소, 방사능의 사후 고찰은 인류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기회를 얻었다. 반면에, 똑같이 눈에 보이지는 않는 화학물질의 영향은 아직 외면했다. 제 몸과 아이들 몸에 뿌리고 바르고 심지어 먹기까지 하는 호기로움까지 보이며, 자연을 상대로 화학물질의 곤봉을 휘두르는 네안데르탈인이 되기에 이른다.


무언가 접근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곤충이 살충제에 내성을 너무나도 빨리 획득하고 있기 때문에 화학방제의 성공을 알리는 보고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내용을 개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p293


문답식으로 카슨의 글을 따라가 본다.

1.살충제는 무엇이며, 모든 살충제가 위험한 것인가?

살충제는 크게 두 가지로, DDT와 클로르데인로 대표되는 염화탄화수소 계열과, 말라티온과 파라티온으로 대표되는 유기인산 계열로 모두 유기물이다. p42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파라티온을 극소량 마신 화학자는 바로 온몸이 마비되어 가까운 곳에 둔 해독제를 마시지 못하고 죽었다. 핀란드에서는 파라티온이 자살 수단 1위다. 말라티온은 ‘안전’하다 광고하여 널리 사용했으나, 포유동물의 간에 있는 효소가 해독작용하기 때문일 뿐, 다른 살충제 성분과 혼합 시 더욱 위험하다. p56


2. 살충제는 곤충만 잡는 용도고, 인간에게 무해하다고 하지 않은가?

각다귀 방제 사례는 충격적이다. 각다귀를 제거하기 위해 뿌린 DDD는 호수 투입 최대 농도 0.02ppm가 플랑크톤 5ppm, 물고기 40~300ppm,  육식성 어류 2500ppm, 결국 농병아리는 1600ppm에 달하는 농축량으로 개체수는 급감했다. 살충제의 농축은 이를 섭취한 개체 자신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불임 유발, 알의 부화 억제 등 멸종을 일으킬 수도 있다.

‘무해’의 근거는 빈약하다. 어디까지나 곤충, 동물을 대상으로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된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한다. 특히, 생태계 순환상, 살충제를 흡수한 식물을 먹은 상위 포식자는 육류와 동물성 지방에 화학물질 다량 잔존하는데 그 이유는 살충제가 지용성이기 때문이다. p207

상당수의 화학물질이 방사능과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p233

연구결과의 출처와 신빙성을 의심하라. 특히, 연구비와 자리보전을 약속하는 이익 집단과 연결고리는 없는지? 잊지 말자. 멀게는 독일 탈리도마이드 사건에서 가깝게는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잊지 말자.


3. 최소한 살충제 살포를 통해 효과는 달성했는가?

살충이란 목적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완전한 실패’다. p199

오히려 저항력(내성) 증가와 종다양성 감소를 초래하며, 자연으로부터 역풍을 맞고 있다.

어쩌면, 인명살상용으로 개발이 시작된 화학물질이라는 점에서는 ‘완전한 성공’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4. 정부가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는가?

현행 법의 적용 대상 및 범위의 한계도 있고, 까다로운 입법 절차를 넘더라도 관리 담당자가 부족한 현실이다. p209

따라서, ‘허용량’이란 기준 역시 서류상의 절차 편의를 위한 것으로, 오히려 이 정도만 지키면 된다는 심리적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더 큰 문제다. p210

엄밀히, ‘잔류 허용량 폐지’가 답이다. 발암물질의 안전허용량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5. 그럼, 살충제를 이용한 방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문제가 되는 곤충을 억제하면서도 인간은 안전한 방법은 없는가?

용어 선택이 불러오는 인식의 착각 중 하나다. ‘살충제’가 아닌 ‘살상제’다. 비선택적,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죽음의 물질이다. 화학약품 방제는 ‘일단 그 위에 발을 올려놓은 뒤에는 멈추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 계속 달려야 하는’ 러닝머신이다. p286

문제는, 화학자들이 새로운 살충제를 고안해 내는 속도가 유독물질의 영향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를 훨씬 앞지르기 때문에,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지식에는 허점이 많다. p49

‘화학물질의 영향은 오랜 기간 축적되며, 개인에 대한 위험은 전 생애에 걸쳐 노출된 화학물질 총량에 달려 있다’ p216

물론, 단 한 번의 노출로 악성종양이 발생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개의 추를 올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저울이라면 깃털 하나에도 갑자기 기울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p267

자연을 이용한 방법, 즉 생물학적 방제를 이용할 것을 제안한다. 마치 ‘이이제이’처럼 대상곤충을 포식형 곤충이나 기생 미생물로 억제하거나, 천적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또한, 수컷 특정의 불임화, 휘발성 유인제 살포, 초음파 등 소리의 선택적 이용, 특정 미생물이나 박테리아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우리 후손들은 생명체를 지지하고 있는 자연계의 존엄성에 관한 우리의 관심 부족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라고 했지만, ‘이제는 참지 말고, 알아야 하는 것은 의무요, 후세를 위해 바로 잡는 것이 권리다’로 바꾸어 말하고 싶다.


책을 읽은 후, 마주하는 도심 속 새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보도블록 사이 앙증맞은 풀잎은 누구에게는 ‘잡초’ 일뿐이겠지만, 부자연을 자연으로 돌리는 순간을 드러내는 것임을 깨닫는다. 다윈이 몇몇 유전자에서 시작하여 자연선택의 원리로 지구상에 무수한 종이 절멸 또는, 발생한다는 진화과정을 설명하였다면, 카슨은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 인간이란 그중 하나의 종일 뿐이며 단지 ‘편리’하고자 다른 종을 배격하는 행위 역시 자연선택의 원리를 따를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는 듯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이다’ p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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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덤으로, ChatGPT를 통해 카슨의 말을 들어본다.

Q. 카슨이 현재 2023년의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지 연설문 형태로 말해줘.

A. "존경하는 여러분,

저, 레이첼 카슨으로부터 여러분에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선, 저의 책 '침묵의 봄'을 통해 주목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저의 시대보다 더욱 심각한 환경 문제들과 직면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산림 파괴, 생물 다양성의 감소, 오염 등이 지구의 생명체들과 우리 자신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의 삶과 미래를 위협하며, 우리의 책임과 행동이 요구됩니다.


여기서 저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리는 지구와 모든 생명체들과 조화롭게 공존해야 합니다. 우리는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합니다. 우리의 행동과 선택이 지구 생태계를 더욱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각자의 소중한 역할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자연을 존경하고 보호하는 생활 방식을 채택해야 합니다.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를 최소화하고, 재활용과 재생에 주력해야 합니다. 또한, 소중한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 사회와 협력하고 지역 생태계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기업에게는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정책을 채택하고 이행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대안적인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추구해야 합니다. 규제와 정책 결정에서는 환경적 영향평가를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지구는 우리의 유일한 고향이자 공동의 보호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랑과 존경으로 지구를 대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의 선택과 행동은 미래 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하고 지구 위에서 안전하고 번영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작은 행동과 결정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과 보살핌으로 자연을 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구는 우리의 집이며, 함께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보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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