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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두부 Jun 26. 2017

보물이, 다시 찾아왔다.

새로운 가족에게 얽힌 이야기

군인때 엄마한테 걸었던 전화가 생각난다. 목소리가 너무 안 좋았다. 내 전화에는 언제나 아이같은 목소리를 냈던 엄마였기에 걱정이 됐지만, 엄마는 약간의 몸살 기운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내가 전화를 건 날은 뮤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뮤는 흰색과 갈색이 섞인 강아지다. 종은 콜리. 우리 가족이 뮤만큼 마음에 드는 강아지를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몇 주나 퇴계로를 들락거렸고, 꽤나 까다로운 입양 절차를 겪어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까다로움에 명확한 기준이 있었던건 아니다. 그저 엄마의 마음에 쏙 드냐 안 드냐가 문제였다. 뮤는 공원에 데리고 나가면 모두가 쳐다볼 정도로 예뻤지만 그게 모든 고민을 설명해주는 것 같진 않았다.


뮤가 떠난 날, 엄마는 당신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소녀처럼 엉엉 울었다고 한다. 외할머니가 이 이야기를 해주실 때 많이 먹먹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군대에 가는 바람에 생긴 빈자리가 그만큼 컸나 싶어서.  


제대후 느낀건 그 빈자리가 나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였다. 뮤의 사진을 보거나 거리에서 강아지를 마주친 엄마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마치 엄마 마음안에 뮤를 위한 공간이 따로 떼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뮤가 우리 가족에 들어옴으로써 새로 생긴 공간인지, 아니면 그 전부터 휑했던 곳을 비로소 뮤가 채웠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후로도 새로운 가족을 데려오려 했었다. 지인이 여행을 가는 바람에 그가 키우던 강아지를 잠시 맡아주다가 그냥 키워줄 수 없겠냐는 부탁도 받았었고, 유기견 입양제안도 받았고, 스스로 찾아도 봤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이런 저런 이유로 키우지 않는게 낫겠다고 했다. 무조건 콜리여야한다고 했던 적도 있고 반려동물은 키우지 않는게 편하다고 했던적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도 타당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그 강아지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뮤에게 있었던 '무언가'가 없었다는 정도만 알겠을뿐.


이번에도 그랬다. 나는 새로운 자취집으로 이사가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고, 마침 지인이 유기묘를 키워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너무 키우고싶지만 아직 어려서 클 때까지만 본가에서 키우면 안되겠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고양이는 별로고, 피부병이 걱정된다는 둥 이런저런 우려를 전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으로 아주 잠깐만 맡아주면 되고 이후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설득했다. 그리고 어제 고양이를 본가로 데려왔다. 엄마는 보자마자 역시 현실적인 것들을 걱정했다. 용변 가리기 훈련은 언제 하냐, 사료값이 부담되진 않겠냐, 길고양이가 잘 적응할수 있겠냐 등등.


그런데 고양이가 우리집에 온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엄마는 고양이 이름을 '미유'로 짓자고 했다. 뮤의 고양이 버전이라면서. 그리고 이틀동안 엄마가 미유를 대하는 모습과 표정을 봤다.


어쩌면 미유를 새 자취방으로 데려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그런다해도 서운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겐 뮤나 미유에게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숙제가 남았지만, 우리 가족에는 보물이, 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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