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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두부 Jan 30. 2019

뚫어뻥

미유가 용변을 아무데나 본다. 그걸 닦는데 휴지를 너무 많이썼다가 변기가 막혀버렸다. 나는 맹세코 한번도 변기가 막혀본 일이 없기에 뚫을 도구도 없었다. 바로 뚫어뻥을 주문했다. 방금 퇴근하고 경비실앞을 지나가는데 경비아저씨께서 229호 택배있던데 하고 날 멈춰 세우셨다. 요즘은 주문이 너무 쉬워서 어제 뭘 시켰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올게 뭐있었지 생각해보니 지난주에 주문한 맨투맨이 있다. 근데 우리집에 왔다는 그 택배를 보는 순간 잘못왔다고 생각했다. TV다. 라고 확신했다. 박스가 너무 컸다. 아무래도 다른 집에 갈 TV가 잘못왔나보다. 힘든 하루를 보내서 귀찮은 일이 생긴 것에 짜증이 났다. 이어어 그거 저희꺼 맞나요. 맞아요 229호 정두현. 난 그 박스가 내 것이 아니라는 확신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서 내용물을 확인하려했다. 아랑곳않는 아저씨가 내게 건네주려 택배를 드는데 어색함이 느껴졌다. 가늠 못한 중량인듯했다. 나도 어정쩡한 자세로 박스를 받았다. 티비라기엔 너무 가벼웠다. 덜커덩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바로 감사하다 말하고 집에 돌아와 택배를 풀었다. 이틀간 막혀있던 변기가 남는 박스의 공간만큼 시원하게 뚫렸다. 경비실 앞에서 안 풀어본게 다행이다.


2019.1.29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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