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꺾어 온 꽃바구니

취미일지4. 제 바구니에도 바람이 불까요?

by 나무

극적으로.

조금 더 의외의 높이.

재미있게.


바구니에 꽃을 하나씩 하나씩 꽂으면서 계속 되뇌었다.


꽃바구니의 투박함이 멋져 몇 번 다른 형태의 수업을 들어왔지만 이렇게 쉼 없이 고민하며 만든 바구니는 처음이었다. 소화 플라워 디자인 포트폴리오 중에 단연 눈에 띄는 이 바람 부는 꽃바구니를 마주하게 되다니.


“소녀가 들판에서 꽃을 한 아름 꺾어 바구니에 넣었는데, 바람이 불어 한쪽으로 우아하게 넘어지는 모양”을 표현해야 했다. 적어도 선생님의 작품은 그런 모양이었다.

20190318 Sohwa flower studio - Basic course

유난히 이번 봄만큼은 길고 날씬하게 뻗은 설유화를 집에 두고 싶었던 내 마음을 들킨 듯 기뻤던 날.


그 기쁨에 꽃들 하나하나 예뻐 하염없이 구경하느라, 꽃가지 잘라내며 괜히 마음 쓰느라 또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아직 내 바구니엔 바람이 안 불었는데.

20190318 Sohwa flower studio - Basic course

겨우겨우 다 만들고 그제야 또다시 꽃을 하나하나 보았다.


왜인지 수업 중에는 꽃 하나하나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어 전체적인 밸런스를 잘 보지 못하는 나. 그래도 이 작품만큼은 여러 번 거울에 비추어 보기도 하고 조금 느렸지만 이제까지 만들었던 적지 않은 작품들 중 손꼽게 예뻤다.

바구니에서 가장 라인이 예뻤던 가지들을 꺼내어 꽃병에 따로 꽂아두었다. 때로는 손에 힘을 꼭 쥐고 만들 때보다 자연스럽게 두었을 때 더 예뻐지는 것들이 있기 마련.


마침내 비로소 서랍장 위 작은 꽃병에 바람이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