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위에 내린 달

취미일지5. 10번의 월요일이 끝났다.

by 나무

결코 짧지 않았던 지난 열 번의 월요일이 끝나고 어느새 새로운 계절을 기다리며, 다시금 사진을 꺼내어 보았다.

20190429 Sohwa Flower Studio - Basic Course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미화된다던데 사실은 이미 좋은 기억들이라 그저 꿈처럼 더 극대화될 뿐 선명하지도 희미하지도 않은 채 음악과 색감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이렇게 꾸준히 열심을 다했던 건 결혼 전 필라테스와 마사지 다음으로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던 나의 어느 월요일.


매주 부리나케 일을 마치고 수업으로 향했던 나의 기뻤던 여정과 그 사이 겨울에서 봄으로 변해버린 계절의 풍경들.

Sohwa Flower Studio - Basic Course

두꺼운 겨울 니트를 입고 있는 나에서 가벼운 셔츠를 입고 있는 나로. 10번 모두 아름다운 꽃들이었지만 어느샌가 조금 더 봄의 색을 가진 작품들을 보며 새삼 계절을 건너온 것을 느꼈다.



시작은 언제나 즐겁다. 나에게 꽃이라는 취미의 시작도 그러했다. 다만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취미들과는 다르게, 나는 나의 꽃은 꽃 그 나름의 에너지가 필요했던 취미.

20190422 Sohwa Flower Studio - Basic Course

처음의 나는 꽃의 미모에 취한 채 시간을 보냈고 그다음엔 미리 겁먹고 꽃들을 잔뜩 부러뜨리거나 내 체온에 지친 꽃처럼 함께 지치기 일쑤였다. 그렇게 몇 번 꽃을 놓아버리고 일 년이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해보기로 했던 날,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여유롭게 굴어보기로 했다.

아마 그즈음부터 내 꽃에도 ‘의도’가 생기고, 재미있는 짜임새가 보였다. (고 믿고 싶다.) 첫 의도와 조금 다를지라도 여전히 길고 아찔하게 뻗은 라인들. 재료를 과하게 쓰지 않고도 풍만하게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20190429 Sohwa Flower Studio - Basic Course

예쁜 꽃 옆에 또 예쁜 꽃이 있으니 언제나 구경하느라 시간에 쫓기던 나는, 결국 이 모든 것은 내 작품 안에서 완성될 거라고 생각하며 손을 조금 더 빠르게 놀렸다. 부디 내 손의 열기 때문에 미리 지치지 않아주기를,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으로 작품이 무거워지지 않아주기를 바라면서.


물론 꽃을 잡는 모든 과정에 일종의 긴장감과 책임감이 생기곤 했지만, 그래서인지 스스로를 안팎으로 단련하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꽃은 이미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다.

20190429 Sohwa Flower Studio - Basic Course

어쩐지 몸과 마음이 더 바쁜 휴식기를 보내며, 때로 동네 꽃집에 들러 꽃 한 두 송이를 겨우 골라 집에 두기도 하며 월요일의 묘한 피로감 뒤로 비어버린 시간을 보낸다.


여름이 되면 또 다른 계절을 건너고 건널 새로운 꽃 여정이 시작된다. 작품 위에 계절을 입히며 가득차게 될 날들.


버스 옆 좌석이 한아름 꽃으로 물들 여름 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