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만나요

취미일지6. 여름에서 겨울까지 두 번째 시즌

by 나무

겨울이 시작되는 이 계절에야 다시 곱씹어보는 이번 소화 시즌의 시작. 여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름 꽃 학기가 시작됐다. 월요일 밤 한 주를 시작하던 수업에서 금요일 밤 주말을 시작하는 수업으로. 지난 시즌에 함께 꽃을 했던 분들과 함께하니 든든한 연대감이 생겼다.

금요일이면 붐비는 인파가 싫어 차라리 집에 틀어박혀 집안일을 하는 선택적 불금 기피자인 나에게. 주중의 다섯 날에 1부터 5까지 순서대로 숫자를 매겨 낭만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하루를 꼬닥꼬닥 보내는 나에게 금요일이란 그저 5로 일컬어지는 다섯 번째 출근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월요일의 에너지가 얼마나 충만하고 금요일의 에너지는 이토록 빈약할지 상상도 못 했던 것 같다.

Sohwa Flower Studio - Flower Stitch


매주 꽃을 만지는 것은 아주 짜릿한 경험임이 분명하지만 금요일 밤 수업은 아침부터 온갖 에너지를 비축해야 말짱한 정신으로 버틸 수 있었다. 회사원의 금요일은 응당 쉬엄쉬엄 한 주의 업무를 정리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퇴근하는 게 덕목이니 가급적 잘 먹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다 재빠르게 꽃 수업으로 직행. 그렇게 주말이 조금 빨리 시작되는 기분이 내심 좋기도 했다.

게다가 금요일 밤마다 집에 틀어박혀 쉬는 나를 보필하느라 반강제적으로 집에 들어왔던 애주가 남편은 꽃 수업 덕에 금요일마다 자유를 얻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부부의 평화로운 루틴이 생긴 셈.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꽃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새벽 1시가 넘어있었지만 월요일 밤 대충 널브러뜨리고 잤던 걸 생각하면 그래도 주말이라는 안도감에 마음이 편했다.

Sohwa Flower Studio - Straight Line Bouquet

디자인 심화과정. 소화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아티스틱하고 심미적이며 아이덴티티가 한껏 묻어나는 그런 정수들이 모여있는 과정. 선생님께서는 쉬운 작품과 어려운 작품이 격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저에게는 여전히 덜 어려운 것과 엄청 어려운 것 이렇게 두 종류만 있을 뿐.


어려울수록 더 궁금하고 궁금할수록 더 눈에 띄기에 그저 잘 배우고 여러 번 연습해보는 수밖에 없겠지 싶다.

Sohwa Flower Studio - Naturalism Center Piece
Sohwa Flower Studio - Party Center Piece (Windy)

이쯤 되니 모두가 묻는 이 취미의 끝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요리를 잘하는 남편에게 나중에 요리사가 될 거냐고 묻지 않는 것처럼 취미로 빵을 굽는 친구에게 나중에 빵집 차리라고 등 떠밀지 않는 것처럼 나는 자연스럽게 꽃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나중은 글쎄. 나중의 내가 고민하면 되지 않을까?

지금 나에게는 매주 꽃을 배우러 가는 길에 버스를 탈 지 지하철을 탈 지가 더 중요하고, 수업 전 맥도날드를 먹을까 깍두기 볶음밥을 먹을까가 더 고민된다. 깍두기 볶음밥을 먹으면 양치할 시간까지 남겨놔야 해서 조금 조급하지만 그래도 꽃을 하는 내내 든든하니까 다음 주에는 깍두기 볶음밥을 먹어야겠다.

Sohwa Flower Studio - Tall Vase Sty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