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일지7. 암부케를 처음 만나보았습니다
10여 년 전 이탈리아 바티칸 뮤지엄에 간 적이 있었다. 여름의 이탈리아는 매우 더웠고 바티칸 뮤지엄은 꽤 붐볐던 기억. 그곳에서 봤던 천장 벽화와 동상들이 종종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제일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려 품에 안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아주 슬프고 고귀한 모양새.
아들을 잃은 마리아의 얼굴은 아름다웠고 예수님의 얼굴도 매우 평안했다. 그 표정이 궁금할 시각 장애인을 위해 뮤지엄 한 켠에는 만질 수 있는 동상도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맨 처음 어디에선가 암부케를 보았을 때 ‘호외요!’ 하는 옛날 신문 배달 소년이 생각났었다. 그 이후 여러 시간이 지나고 다시 암부케를 보았을 때 어쩐지 피에타가 떠올랐다.
아주 크고 웅장한 어떤 것이 내 품에서 축 쳐지는 모양새.
이제까지 만든 어떤 아이템 중에서도 가장 풍성한 라인감이었지만 풍성함보다는 라인감에서 느껴지는 묘한 가벼움 덕에 그 무게를 가늠하지 못하고 암부케를 맞이했다.
내 팔 위에 턱 하니 동백나무를 얹자마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 그 위에 쌓고 올리는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라인을 살리고 풍성하게 만드는, 그 와중에 꽃의 얼굴을 빼꼼히 보여줘야 하는 극한 작업.
손목을 지키라는 선생님의 특명을 가슴에 새기고 중간중간 의자에 기대어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무리 매듭을 지을 때 사실 손이 조금 떨렸다.
꽃 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손목에 무리가 될 만한 일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 나는 개미 손목. 어렸을 때 엄마 손목에 있는 보호대의 이유를 벌써부터 체감한다.
어렵게 완성한 작품은 왜인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만들어 놓고 보니 역시나 아름다운 작품. 손잡이 부분의 풍만한 수국도 라인 끝자락의 설유화와 줄 맨드라미 그리고 귀엽게 떨어진 수국 매듭까지. 완성도는 둘째 아니 셋째 치고 이 크고 웅장한 걸 내가 만들었다니!
내 작품은 내가 가장 먼저 예뻐해주어야 하니까. 나의 첫 암부케에 대한 충격과 공포 아니 감동과 감격을 잊기 전에 또 연습해봐야지. 엄마 손목 보호대 좀 빌려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