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기.
1. 월요일기
첫 월요일기를 쓰던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삶이 하염없이 무료하던 시절이었다. 마스크 아래로 어떤 표정을 지어도 아무도 모르던 시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미용실에 들러 앞머리를 말티즈처럼 빠글빠글 볶고는 망원동 스몰커피 유리창에 기대어 앉아 첫 글을 써내려 갔다.
읽는 이들에게 그 일기가 어떤 의미였는지 당연하게도 나는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는 읽는 이를 위한 글이라기에는 아주 소박했던, 쓰는 이를 위한 글이었던 월요일기였으므로. 다만 쓰던 나에게는 한 주를 씩씩하게 시작할 수 있는 구실이 되어주었고, 나만의 작은 의식이자 일상을 꾸려주는 기둥 같은 행위였다.
월요일의 글쓰기를 1년 정도 지속하다 이직 한 번과 출산 한 번에 처참히 무너졌다. 월요일이 화요일로 밀리기도 하고, 한 주의 일기가 격주가 되기도 했다.
그 사이 나는 글을 써 내려가는 것도, 누군가에게 글을 내보이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일기장을 다시 들춰보는 것이 어쩐지 미뤄둔 숙제를 마주하는 것 같은 부담이 있었고, 때로는 새로 생겨난 관계들 앞에 내 글을 드러내는 것이 다시 그들 마음껏 나를 재단하게 하고 또 점수 매기게 하는 구실이 되는 것 같아 어쩐지 꺼려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월요일마다 나의 마음을 어딘가에 내놓는 일을, 내가 가지고 있는 예쁜 단어와 모난 문장들을 쏟아내는 일을. 올해의 첫 번째 계획!
2. 깨끗한 집, 행복한 가정, 건강한 심신
요즘의 내가 간직하고 있는 일상 표어 세 가지. 소소한 것 같아도 깨끗한 집은 생각보다 유지되기 어렵고, 행복한 가정은 조금 더 부지런히 감사와 안쓰러움을 가져야 했으며, 건강한 심신은 끊임없는 운동과 의도적이면서도 친절한 무시가 동반되어야 했다.
깨끗한 집.
일상이 무너지는 여러 단서들 중 지저분한 집은 내가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변화였다. 그래서 마음이 번잡스럽거나 속 시끄러운 일이 있을 때 펄펄 끓는 물로 설거지를 하거나, 집안 곳곳의 스티커 자국이나 기름때를 닦아내며 피로감을 끌어올려댔다. 약간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맞이하는 깨끗한 집은 언제나 짜릿했다. 하루 중 내가 한 모든 일들을 통틀어 가장 빨리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서 상쾌함마저 들곤 했다.
행복한 가정.
아기가 태어나고 아기는 늘 우리를 웃겼고, 우리는 늘 눈을 마주 보고 미소 짓기 바빴다. 다만 매일의 성장과 변화가 버거운 날들도 이어지곤 했다. 시간과 체력이 오롯이 육아에 투입되며, 더는 남편과 나 사이의 시시콜콜 재잘대는 말들과 유치해서 기억도 안 나는 농담 따위로 행복을 느낄 기회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다정한 가정을 만드는 건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계속 생겨났다.
그래서 조금은 고의적으로 다정한 가정을 꾸려보기로 했다. 지치고 피곤한 서로를 이해해 주고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배려를 거두는 대신 서로에게 할 말 못 할 말을 뿜어내는 솔직하고 담백하고 의리 있는 가정으로 똘똘 뭉쳐보기로 했다. 조금 소란스럽더라도 다정한 가정이 행복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건강한 심신.
지난여름 나는 러닝을 시작해 보았다. 한 달 정도 달려보았고 꽤 높은 수준의 체력을 얻을 수 있었는데, 사실 내가 가장 크게 얻은 것은 건강한 정신이었다. 저녁 내내 쏟아지는 릴스와 쇼츠를 마다하고 더위와 날벌레와 싸워가면서 얻은 것이 건강한 정신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점심 운동 주 1회를 주 2회로 늘리기도 하고, 비 오는 날이면 계단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증진했다. 그것만으로도 약간의 불면증과 불안감이 사라졌다. 운동에 집중하면서 점심과 저녁의 무의미한 도파민과 연락들이 친절하게 무시되기 시작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
나는 이제 더 이상 책 30권 읽기, 살 5kg 빼기 같은 새해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매 년 새로 사서 1월부터 12월까지 그라데이션 손 때를 보면서 자기 위안하는 그런 새해도 맞이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이전의 좋았던 일상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으로 새해를 맞이해 보기로 했다. 월요일기, 깨끗한 집, 행복한 가정, 건강한 심신. 이 네 가지로 소박하지만 단단한 올해를 이뤄내기를.
3. 잘 부탁합니다
월요일기를 결국 발행하지 못하고 맞이한 화요일. 그래도 시작에 의의를 둔다면 올해는 무엇이든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올 한 해도 부디 건강하고 평화로운 순간들이 나머지를 모두 이기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