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에서의 첫 독립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필라테스와 꽃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누구나 그렇듯 결혼 준비 기간이야말로 생애 최고 현금부자 시즌이기 때문에 그간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그 소비의 찬스를 즐겼다. 결혼을 하고 필라테스를 관두고 같은 건물의 요가원에 등록한 게 어느덧 2년 전의 일.
회사 동기 언니가 추천해 처음 갔던 요가원의 첫인상은 빨간 조명 아래 아주 차분한 분위기였다. 요가를 수련하시는 분들 중에는 머리가 하얗게 센 아저씨도 있었고 아주 앳된 얼굴의 학생들도 있었다. 선생님께 조목조목 설명을 듣고 요가를 등록하면서 처음으로 내 소유의 보라색 요가 매트를 샀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에 요가원이 있어 위치적으로 얼마나 훌륭했던 지. 다만 운동을 가겠다고 마음먹는 게 고민스러워 주 1회를 겨우 지켰다. 그래도 막상 요가원 문의 벨이 짤랑 울리면 그 순간부터 이미 마음이 고요해졌던 곳. 좋아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꼬박꼬박 챙겨 다녔고, 요가를 마치면 친한 언니들과 차를 마시고 짧은 수다를 떠는 게 참 좋았다.
옅은 선향과 이완을 마치는 싱잉 볼 소리가 언제나 새로운 듯 편안했던 공간. 간단하고 쉬운 듯한 시퀀스에서 난이도 높은 근력 운동과 호흡수련까지.
여름밤 요가를 마치고 나오면 저 멀리 노을이 내리기 시작한 골목을 한참 구경했고 길목의 검정고양이에 인사를 전하며 집에 갔다. 밤이 길어진 계절엔 어두워 보이지 않던 고양이를 애타게 불러댔고 어느 날인가는 처음으로 나를 따라와 놀라서 잰걸음으로 벗어났다. 나는 그 고양이를 로라라고 불렀지만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름으로 그 고양이를 불렀다. 고양이의 이름은 여전히 의문 속으로.
마지막 요가 수업을 마치면서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벌써 2년이나 됐다며 언니들도 모두 관두고 저마저 관두려니 아쉽다고. 시즌 당 출석률이 70% 가 넘으면 룰루레몬을 빼입고 요가에 올 거라고 말했지만 단 한 번도 넘지 못해 결국 이렇게 그만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은 좋은 요가원들 많으니 잘 찾아봐요”라고 전해주시는 말 끝에 “봄까지 못 찾으면 다시 와야 할 것 같은데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답하고 돌아 나왔다.
조금 더디지만 봄이 왔다. 그리고 얼마 전 요가원 운영 상 선생님이 바뀌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참 별 것도 아닌 일상들이 이제는 다 별 게 되어 고작 지하철 15분 거리로 이사 온 나를 이토록 쓸쓸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