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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Dec 07. 2020

12월 7일 월요일

어쩌다 좋은 날의 건강기원 일기

1. 어쩌다 좋은 날

얼마 전부터 웬만한 예능에 질려버려 넷플릭스만 뒤지곤 했다. 권태로이 텔레비전을 틀었던 어느 날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어쩌다’ 편을 보게 됐다. 어쩌다 화제에 오른 여대생이 나와 쿨한 얼굴로 방탄소년단 춤을 추고 관심 있는 분야인 역사적 유물을 사모아 기부를 이어가는 부자가 나오기도 했다.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쩌다 좋은 날도 어쩌다 보니 결국 나빴던 날도 있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오늘은 어쩌다 좋은 날에 속했다.


반년만에 입은 바지에서 5천 원짜리 지폐를 발견했고 기대 없이 갔던 구내식당에 꽤 괜찮은 반찬이 나왔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일이 잔잔하게 이어져 일이 많아 괴로울 일도 없었다. 조직 개편이다 인사 발령이다 연말이면 휘몰아치는 무시무시한 회사 생태계에서도 늘 같은 일을 안고 같은 팀에 속해 있어 안정적일 수 있는 것도 어쩌다 보니 얻게 된 행운이었다. 그런 날들이 이어져 올 한 해도 이렇게 건강히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꽤 괜찮은 한 해였던 것 같기도 하다.


2. 달력

매 년 고심해서 달력을 고른다. 올해 달력은 유어마인드 서점에서 판매하는 이규태 작가의 수채화 달력으로 골랐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던 올해를 보내고 나니 날짜가 잘 보이는 것만큼 심미적인 것도 무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물론 출시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버려 이미 결제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규태 작가의 달력을 받아 박스를 열어 보니 종이 포장 안에 서류봉투를 닮은 종이 박스에 달력이 들어가 있었다. 포장지 뒷면은 아일렛 단추로 되어 있어 선물용으로도 좋아 보였다. 같이 딸려 온 미니 달력은 안방 램프 곁에 두었다 달력의 작은 그림이 있는 미니 달력. 달력 속 날짜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새삼 2021년이 정말 코 앞인 것 같다.


Collected from twitter (@your_mind_com)


3. 부쉬 드 노엘

크리스마스 전후로 다음 해의 액땜을 위해 통나무를 태우고 신년 소원을 빈다는 부쉬 드 노엘. 망원동 달리파이에서 올해 첫 부쉬 드 노엘 케이크를 먹었다. 땅콩과 시트러스가 곁들여져 먹는 내내 얼마나 향긋하던지. 크리스마스트리도 아직 안 꺼낸 집구석에서 보일러 틀고 앉아 케이크를 먹는 것만으로도 이만하면 완벽한 겨울 풍경인 것 같았다.


제야의 종 타종 행사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여러 행사와 기쁜 소란도 모두 멈춘 겨울이 왔다. 그저 건강히 고요하게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쓰다 보니 오늘의 월요 일기는 건강한 한 해 만들기 정도가 제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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