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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Dec 14. 2020

12월 14일 월요일

포장마차에 앉아서 저녁을 먹은 것 같은 기분

1. 외식

가장 마지막 외식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낙엽이 채 다 지지 않았던 비 오는 삼청동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던 날이 마지막 외식이었던가. 남편과 함께 한 외식은 그보다 더 이전 그러니까 한 달도 넘은 어느 날의 친정 가족 식사였다.


여러 이유로 외식을 하지 못하다 보니 말 그대로 삼시세끼를 모두 집에서 챙겨 먹게 되었다. 다행히 남편은 요리를 꽤 잘하는 편이라 먹고 싶은 재료를 사두면 뚝딱뚝딱 만들어 끼니를 차려낸다. 얼마 전 성수동 금미옥의 떡볶이 밀키트의 엄청난 호평을 보고 바로 주문했다. 5분 30초. 끓기 시작한 때부터 5분 30초만 더 끓이면 된다고 적혀 있었다. 남편은 무려 스탑워치를 맞춰 떡볶이를 만들었고 결과는 거의 ‘올해의 떡볶이’ 수준.


집에서 끓여 먹는 김치찌개도 전문점처럼 녹아내리는 식감을 위해 전 날 밤부터 부지런히 끓여 먹는 남편이 “포장마차에 앉아서 저녁을 먹는 기분”이라는 극찬을 남겼다. 달고 적당히 맵고 짠 쫀득한 쌀 떡볶이. 뒷정리나 설거지 걱정 없이 외식하고 싶다는 마음을 풀어 준 떡볶이. 드셔 보세요. 마켓컬리에서 한 팩에 5천원. 2인이 충분히 먹음.


2. 12월 12일 짧은 일기

“가만히 집에 앉아서 음악을 듣는다. 어제 미리 집 청소를 해두어서 정갈하고 방금 마친 설거지 덕에 마음도 평온. 세탁기엔 이불빨래 에어드레서엔 베개 살균 잡곡밥이 지어지는 평화로운 토요일. 바깥세상도 좀 이렇게 두터운 안정감이 있으면 좋으련만.”


3. 바다 끝

주말 내내 집에서 뒹굴다가 드라이브나 하자고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파주 임진각. 가는 내내 가요를 여러 곡 바꿔가며 신나게 열창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갔다. 자유로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게다가 집에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다 나간 터라 북한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임진각은 아주 어둡고 쓸쓸했다.


첫눈이 내린 후 일요일 밤. 닫혀 있을 줄 알았던 포비가 열려 있어 잠깐 들러 따뜻한 커피를 두 잔 샀다. 높은 건물이 없는 곳이라 노을이 아주 멀리까지 천천히 떨어졌다. 커피를 손에 쥐고 차에 앉아 최백호의 바다 끝을, 정확히는 싱어게인 연어장인 버전으로, 들었다.


노래를 듣고 하늘 구경을 하고 다시 한 시간을 운전해 집으로 왔다. 왕복 두 시간의 길을 그저 함께 즐겨주는 남편이 있어 참 다행이었던 밤.

포비 임진각 (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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