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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Dec 28. 2020

12월 28일 월요일

2020년 마지막 월요일기

1. 지난주엔

올여름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한 적이 있었다. 6개월 동안 4키로의 증량을 겪으면서 찾아온 갑작스러운 위기감에 모든 식단에서 밥면빵을 제외하고 샐러드와 고기 위주의 식단을 유지했었다. 결과는 2-3키로의 감량이었으니 성공적이긴 했지만 그즈음 일상에 지치기 시작했고 매일 밤 베개를 눈물로 적시며 잠에 들었다. 돌이켜보면 탄수화물이 부족해서 그저 우울감이 극심해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하루 걸러 하루씩 오열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에 삼시세끼 면을 끼고 사는 나, 그리고 떡볶이에도 주먹밥을 만들어 곁들이는 내가 탄수화물을 끊어냈으니 명확한 인과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주엔 이상한 시간들이 지나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원래 의도대로 계획대로 되는 일이라곤 오늘 다음 내일이 오는 일 밖에는 없었다. 오랜만에 외식을 감행하기도 했다. 좌석마다 설치된 가림판과 마스크에도 머리와 마음이 분주했다. 집에 돌아와 옷가지를 모두 살균하고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두 번이나 뜨거운 물로 충분히 씻고 잠에 들었다. 외식을 한다한들 기분이 나아지진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해야 할까.

지난주엔 크리스마스 답지 않은 연휴를 보냈다. 그래도 미세먼지와 맞바꾼 따뜻한 공기 덕에 거실에 앉아 햇살을 충분히 쬘 수 있어 좋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남편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거나 목적 없이 차를 타고 나가 의미 없이 돌아오는 드라이브를 하면서 연휴를 보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바람 빠진 풍선이 처치곤란 장난감이 되어버린 것 같은 일 년의 마지막 일주일이 남았다.

내년에는 일주일에 한 번 꼭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저 하루하루 건강히 잘 먹고 잘 살기로 했다. 그거면 됐지 모.

2. 인천공항

얼마 전 일이 있어 인천공항에 다녀왔다. 이른 새벽 시간 공항 터미널 사이사이로 동이 트는 시간에도 그리고 조금 분주할 법한 점심시간에도 공항은 조용했다.


맨 처음 회사에 들어와 놀라울 정도로 출장이 많아 인천공항에 문지방이 있었다면 그중에 1할 정도는 내 캐리어 바퀴에 닳았다고 할 정도로 자주 그곳에 갔었다. 작년 이맘때쯤 북경 출장을 마지막으로 수년간의 출장 여정이 끝나버렸다. 그즈음 여행도 함께 멈춰버렸으니 인천공항은 길을 잘못 들어서라도 가본 적이 없었다.

비일상적인 풍경이 점점 일상이 되어가는 지금. 코로나 이전의 시대는 오지 않는다는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3. 일상 조각 모음

12월 13일

연말 기념으로 새 향수를 샀다. 양말 소진율이 현저히 낮아진 재택 남편은 씻고 잠옷에 뿌리겠다고 주장. 뭐 언제든 기분 내고 싶을 때 뿌리면 그만이지 모.


12월 18일

아이유 을의 연애 듣는데 남편이 이 곡 제목 님의 침묵이냐고 물어봤음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맞이 병원 진료 후 늦은 낮잠.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엄청 무거워서 괴로웠지만 자비롭게 채끝살 스테이크와 산삼 농축액 먹고 기력 회복. 이런 크리스마스이브도 꽤 좋네.


12월 25일

월 2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무한정 현빈 얼굴을 볼 수 있다니. 사랑의 불시착 이렇게 비이성적이고 판타지라고 왜 말 안 해줬는데. 특히 현빈 얼굴. 마지막 화 운다 울어.

12월 25일

세 살배기 친구 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요 근래 자주 걸었더니 받자마자 “또 이모야? 삼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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