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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an 04. 2021

1월 4일 월요일

2021년 새해의 첫 월요일기

1. 안녕을 빕니다

작년 한 해가 아마도 모두에게 쉽지 않았던 한 해였던 것을 증명하듯이 새해를 시작하면서 유독 신년 인사를 많이 주고받았다. 작년 한 해 크고 작은 일로 마주했던 회사 동료들부터 일상을 나누었던 친구들까지. 모두의 인사는 고생했다로 시작해서 건강하자로 끝났지만 어느 인사말 하나 마음에 와 닿지 않은 것은 없었다.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것이 멈추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도 회사에서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정년을 맞이하기도 했다. 친한 친구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했고, 그 사이 아기를 가지고 아기를 낳고 아기를 기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출근한 아침보다 늦잠을 잔 날이 더 많았던 한 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들도 많이 일어났다.


작년 이맘때 오늘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내년 이 맘 때에는 세상이 뒤바뀌는 신선한 일이 일어났으면. 그때까지 모두의 안녕을 그리고 무탈을 빕니다.


2. 작심삼일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매 년 몰스킨을 한 권씩 사 모았다. 그리고 가장 첫 면을 펼쳐 꽤 많은 신년 계획을 적곤 했다. 1부터 10까지 꼭꼭 눌러서 영화 몇 편 보기, 요가 주 몇 회 하기, 책 몇 권 읽기 같은 재미없는 하지만 빠트리면 섭섭한 계획들을 적고 꼭 마지막 즈음에 여행 몇 번 같은 설레는 계획을 적기도 했다.


올해는 쨍한 분홍색 몰스킨을 샀다. 하지만 그저 건강을 기원할 뿐 아무런 계획을 적지 않았다.

그저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꼭 지키고 싶은 몇 가지 다짐들을 1월 1일 일기에 적어 두었다.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요가 8번 하기 그리고 영양제 잘 챙겨 먹기. 오늘이 1월 4일, 그러니 지난 3일간을 짧게 리뷰해보면 꽤 좋은 시작이었다. 요가도 2번이나 했고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이번 달엔 얼마 전 선물 받았던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을 읽기로 했다. 1월을 무사히 보내고 다시 한 달을 리뷰해봐야겠다.


3. 연하장

올해 딱 두 장의 연하장을 적어 부쳤다. 어쩌다 보니 연말이 됐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연하장도 한 장 주고받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했다. 모두가 그랬듯 작년은 이상한 날들의 연속이었으니까 이쯤은 딱히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그즈음 아주 오래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10년 전쯤 해외 잡지 한 면을 찢어 편지봉투 삼아 보냈던 크리스마스 카드 사진을 보내며 오랜만에 연하장을 보내겠다며 안부를 물어왔다. 주소를 주고받고 그 길로 나가 작은 서점에 들렀다.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카드만 때 아닌 바겐세일에 들어가 있었을 뿐 하얗고 점잖은 연하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연말도 새해도 이렇게 지나가는 것 같아 괜히 아쉬웠다.


겨우 마음에 드는 엽서 두 장을 골라 오래된 친구와 작년 한 해 힘이 돼주었던 친구에게 연하장을 썼다. 역시 모두의 안녕을 그리고 무탈을 빕니다.


4. 2020년 연말정산 (계획 버전)

1년 동안 예정되어 있는 업무상 큰 이벤트는 총 3건. 3월 7월 12월. 그 사이 5월 연휴에 포틀랜드와 시애틀 여행이 잡혀 있어 전후 이벤트를 모두 안정화시켜야 한다. 작년 여름부터 시작된 몸의 이상 징후는 모른 척하고 일-여행-일-여행-일로 일 년을 마무리할 작정이다. 3월 이벤트와 5월 연휴 중간엔 후쿠오카에 벚꽃도 보러 가야지, 7월 이벤트를 마무리하면 길고 긴 여름휴가도 갈 거다. 아! 초여름엔 아빠 환갑이 있으니 가족 여행을 한 번 추진해봐야겠다. 엄마 아빠의 대형 프로젝트인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여행이 끝나면 가을이 오겠다. 가을엔 안팎으로 비교적 여유로우니 업무 정리나 하면서 2021년 업무 계획을 세울 예정. 연말엔 아빠의 퇴직을 기념하는 성대한 파티도 미리미리 준비해야겠다.


4-2. 2020년 연말정산 (현실 버전)

1년 동안 예정되어 있던 업무상 큰 이벤트는 총 3건. 모두 취소 혹은 1년 연기. 그 사이 역병이 돌아 2월 근무를 마지막으로 3월부터 휴직을 시작했다. 한 달이면 될 줄 알았는데 어느덧 3달. 1달 근무 후 또다시 3달의 휴직을 시작했다. 12개월 중 근무한 날은 고작 5개월. 계획했던 5월 연휴 미국 여행과 부모님의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여행은 전면 취소했다. 아빠의 환갑, 집에서 조촐하게 고깔모자를 쓰고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2년 동안 배워왔던 꽃 수업을 모두 마쳤고 그 사이 머리는 어깨에 닿을 만큼 찰랑거리게 길었다. 주기적으로 마스크를 채워 넣고 사람이 없을 시간에 음식점에 들러 식사 거리를 포장해온다. 매일같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되고 이삼일에 한 번 씩 한 솥 가득 보리차를 끓여 냉장고를 채운다. 영화관에 가는 것도, 사람 많은 마트에 가는 것도 모든 것이 걱정인 시절. 그 사이 안 좋았던 몸을 진단하고 간단한 수술 일정도 잡았다. 다음 휴직엔 꼼짝없이 몸을 돌봐야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결혼기념일 식사도 크리스마스이브 식사도 모두 취소, 집에서 영화나 보면서 서로의 일상을 간섭하는 게 일상이 된 기묘했던 한 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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