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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y 02. 2019

Color Factory.

2019년 겨울. 미국 뉴욕 세 번째 이야기.

뉴욕행 비행기 표를 구입하고 꽤 오래 호텔을 알아봤다. 여러 호텔들을 고르던 중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한 곳은 바로 센트럴 파크 콜롬버스 서클 앞에 위치한 파커 뉴욕.

미국 뉴욕 파커 뉴욕 (Parker New York)

수영장도 마음에 들었고, 넓었던 주니어 스위트 룸도 마음에 들었지만, 각종 여행 사이트에 올라와 있던 형편없는 서비스에 대한 후기와 불평하려야 불평할 것도 없는 최소한의 어메니티는 하나도 빠짐없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수영장으로 올라가 스산한 센트럴파크를 내려다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그 호텔의 불쾌했던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었다.

미국 뉴욕 컬러 팩토리 (Color Factory)

그리고 어느 날 손꼽아 기다리던 체험형 전시관 컬러 팩토리에 갔다. 소다 색 볼풀에 마음이 뺏겨 예약한 참이었다.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컬러 팩토리는 꽤 반응이 좋았던지 2018년 뉴욕 소호에 확장 오픈했다고 한다. 실제로 양 도시에서 오픈한 디테일은 조금씩 다르다고-

미국 뉴욕 컬러 팩토리 (Color Factory)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한 티켓으로 입장이 가능하고 미리 지정한 시간보다 15분 전 도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티켓은 38불. 어느 박물관과 미술관에 비교해도 비싸긴 했다. 그래도 interactive exhibit 이니까 즐거이 소비하였다.


도착해 짐을 맡기고 스낵을 먹으며 같은 시간대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다 모일 때까지 기다린 후 마침내 입장했다.

미국 뉴욕 컬러 팩토리 (Color Factory)

가기 전에 찾아보았던 사진들은 거의 다 같거나 비슷해서 사실은 볼거리가 얼마 없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했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매 퀘스트마다 즐거움이 가득했다.

미국 뉴욕 컬러 팩토리 (Color Factory)

생각보다 즐거웠던 벌룬 룸. 바람에 휩쓸려 떠다니는 큰 풍선 사이에서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라 안고 노는 경험.


들어갈 때 입장권이자 사진과 영상을 저장해주는 카드를 주는데 매 퀘스트마다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에 그 카드를 태깅하면 컬러 팩토리에서 촬영한 것을 메일로 보내준다.

미국 뉴욕 컬러 팩토리 (Color Factory)

벌룬 룸에서 한참을 놀고 나온 방에서는 오늘의 색깔을 점쳐보기도 했다. 바닥에 그려진 대형 마인드 맵을 걸으며 마치 거대한 심리 테스트 공장에서 ‘색깔로 알아보는 나의 심리상태’를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미국 뉴욕 컬러 팩토리 (Color Factory)

사실 컬러 팩토리에 들어서면서부터 아주 어릴 적 크레파스나 파스텔을 열었을 때처럼 너무 많은 색깔들이 눈 앞에 펼쳐져 신나면서도 꽤 고민스러운 선택의 연속이었다.


모든 색이 다 예쁘고 다 궁금한 데 하나만 고르라니. 여하튼 그 날 심리에는 짙은 바이올렛 색이 점쳐졌다.

미국 뉴욕 컬러 팩토리 (Color Factory)

바이올렛 배경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잔뜩 찍고 드디어 마주한 거대한 구슬 아이스크림 아니 아니 볼풀 룸!

나를 이 곳으로 이끈 이유이자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다.


볼풀을 보자마자 남녀노소 모두 신발을 벗고 뛰어들었다. 이 묘한 색깔을 보다 보면 여러 룸을 거치며 심신을 따라오던 형형색색의 색깔들을 모두 떨쳐버릴 수 있었다. 심지어 눈 마저 편해지는 기분이랄까.


볼풀 색을 꼭 닮은 옅은 소다 색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겨우 이 곳을 나올 수 있었다. 얼마나 아쉽던지.

미국 뉴욕 컬러 팩토리 (Color Factory)

대놓고 색깔을 즐기라고 만들어진 곳에 멋없이 검정 옷을 입고 간 우리 둘을 제외하고 (사실은 어느 색에도 잘 어울리라고 일부러 검정 옷을 입었었지만) 모두가 보란 듯이 원색의 옷을 입고 입장했다.


옷장 가득 검정 옷이 즐비하는 나는 그럼에도 다양한 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계절에 맞추어 립스틱 색을 바꾸거나 옷의 톤을 바꾸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저 다양한 색을 온몸에 걸칠 용기는 도통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수십 가지의 색이 담긴 팔레트를 열어 둔 곳에서 비로소 다양한 색깔에 어우러진 나를 확인할 수 있어 즐거웠다. 물론 오늘도 고민 없이 검정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었을지라도, 올여름에는 도전해보리라! 형형색색의 옷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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