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태국 치앙마이 첫 번째 이야기.
결혼기념일을 끼고 여름휴가 기간을 정했다. 연차를 이틀 쓰나 삼일 쓰나로 조금 고민하긴 했지만 한 여름의 기념일은 늘 좋은 구실이 된다. 그리고 목적지를 아주 어렵게 정했다. 아시아 권 모든 나라와 도시를 선택지로 두고 고민하다 가장 낯선 태국을 결정한 건 아마 지난여름 방콕에서의 꽤 좋았던 기억 덕분이었으리라.
숙소 두 곳 중 한 곳을 환불 불가 특가로 예약하고, 여행 이틀 전 도서관에서 가이드 책 두 권을 빌렸다. 출발하는 날 아침 비행기 표를 예약해 비행기를 오르며 치앙마이행 여행을 시작했다.
매번 웃돈을 주어야 하지만 무료 취소 가능 숙소를 예약하면 여행 준비에서 받을 법한 스트레스의 많은 부분을 경감시킬 수 있다. 공적이고 사적인 피치 못할 사정에 언제나 기꺼이 응하여 언제든 여행을 무를 수 있기 때문에. 다만 이번 여행은 ‘치앙마이’라는 목적지 선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단박에 결제해버렸다. 더 이상 목적지를 바꾸지 않겠다는 일종의 결의에 찬 행동이었다.
누군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동행과 목적지 그리고 숙소라 답할 것이다. 누구와 어디를 갈 것인가, 가장 클래식하지만 여행의 이유이자 목적이 된다.
여행 일정은 숙소와 마음에 드는 식당 몇 곳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가기 전에는 뭉뚱그려 짜두고 여행에서 비어진 시간을 메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쓰는 에너지는 최소화, 여행 중 에너지는 극대화 그리고 다녀와서는 채워진 텐션과 비워진 통장으로 빠르게 다음 여행을 상상한다.
여행 중 멋진 노을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운이 좋았다 여기고 그 반대를 마주하면 운이 나빴다 여기면 그만이다. 여행은 주어진 운과 섬세한 타이밍으로 채워진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은 가이드 책을 무려 두 권이나 빌렸다. 첫째 이유는 태국이 여전히 낯설기 때문이고 둘째 이유는 그저 책이 예뻐서였다. 비행기를 타기 전 빠르게 훑어보고 구글맵에 수십 개의 별을 심었다. 그리고 여행 가방에 함께 넣었다. 결국 돌아가는 날까지 거의 들여다보지 않을 테지만.
여행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어느 광고 카피처럼 ‘살아보는 것’에 가깝다. 아는 만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르고 갔다가 알게 되는 것들이 때로는 귀하고 소중하기 때문에.